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1986년 원전 폭발한 우크라이나 도시… 일부 지역 개방해 관광지로 개발 중
체르노빌
체르노빌(Chernobyl)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주에 있는 도시입니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이곳은 과거 키예프 대공국의 땅이었다가 1569년 폴란드 왕국으로 넘어갔고 1793년 러시아 제국에 합병됐어요. 18세기 후반엔 근본주의 유대교를 따르는 하시딕 유대인의 중심지이기도 했지요.
원전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은 체르노빌에서 북서쪽으로 14.5㎞ 떨어진 프리피야티에 위치해 있어요. 프리피야티는 원전 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해 건설된 계획도시로,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있습니다.
- ▲ 체르노빌 사고 당시 폭발했던 원자로를 철제 돔으로 덮은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23분, 설계 결함으로 핵원자로가 폭발하면서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치명적인 방사능 물질이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는데, 당시 바람이 사흘 동안 북서쪽으로 불었던 탓에 벨라루스가 가장 큰 피해를 봤지요.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지 36시간 뒤 원전 반경 약 30㎞ 이내 주민들에게 소개령(주민이나 물자 등을 분산시키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모든 물건을 남겨두고 버스에 몸만 실은 채 고향을 등진 사람들이 13만 명에 달했어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9만3000여명, 피폭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는 22만명이라고 해요.
이후 체르노빌을 포함한 주변 지역 일대는 접근 금지 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어로 '사모셀(Samosely)'이라고 불리는 주민들 수백명이 체르노빌에서 불법으로 살아갔어요. 이는 '자의(自意)로 정착한 자'라는 의미로, 체르노빌을 떠나지 않은 원주민과 그곳에 새롭게 이주한 주민들입니다.
사모셀은 전기, 상하수도, 전화 등을 사용하지 않아요. 텃밭을 가꾸고, 달구지를 타고 이동하고, 가축을 길러 식량 대부분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하지요. 이들은 방사능이 그다지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고, 파괴된 현대 문명의 잔해를 활용해 살아가고 있어요.
최근엔 우크라이나 정부가 체르노빌 일부 지역을 관광객에게 개방하면서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어요. 2016년 사고 발생 30주년을 맞아 폭발했던 원자로를 철재 돔으로 덮으면서 주변 방사능 물질이 현저하게 줄었고, 비극의 현장을 찾아가는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떠올랐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