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1905년 코로트코프가 발명… 이젠 스마트워치로도 가능해요

입력 : 2020.05.28 10:11

[혈압계]
심장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압력, 수은주 눈금으로 측정할 수 있어요
수은 위험성에 대한 우려 커지면서 LED 빛 활용한 스마트기기도 등장

우리나라 30세 이상 30%가 고혈압·뇌졸중 등 일으켜 정확한 진단 필요

5월은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날(21일) 등의 기념일이 있어 '가정의 달'로 불려요. 그런데 2017년부터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답니다. 5월 17일이 세계 고혈압의 날인 것을 기념해 질병관리본부가 5월을 '혈압 측정의 달'로 지정한 거예요. 특히 올해는 대한고혈압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젊은 고혈압을 찾아라'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어요. 오늘은 혈압과 혈압계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요.

혈액이 동맥혈관에 가하는 압력 측정

우리 몸의 심장은 성인의 경우 안정된 상태에서 분당 70~80회, 하루에 10만 회 정도 박동해요. 손목이나 목에서도 맥박(심장 박동에 따른 동맥 혈관벽의 파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장이 뛰는 걸 느낄 수 있는 거죠. 심장이 이완할 때 폐에서 산소를 공급받은 혈액이 심장으로 들어오고, 심장이 수축할 때 이 혈액이 뿜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보내져요.

[재미있는 과학] 1905년 코로트코프가 발명… 이젠 스마트워치로도 가능해요
/그래픽=안병현
심장·혈관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심장에서 뿜어진 혈액이 혈관을 통해 이동할 때 동맥혈관 벽에 가하는 압력을 측정하는데요. 이것이 '혈압'입니다. 심장이 수축할 때 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가장 크기 때문에 최고혈압이 나타나고, 이완할 때 최저혈압이 측정돼요.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고혈압 120mmHg 이하, 최저혈압 80mmHg 이상이면 정상 혈압이라고 판단한답니다.

그렇다면 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은 '고혈압'은 왜 위험한 걸까요? 혈액은 산소와 영양소 등을 싣고 온몸 구석구석을 흐르기 때문에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산소와 영양소를 각종 장기로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혈액이 혈관벽을 세게 때리는 현상이 일정 수준 이상 지속되면, 혈관이 손상되거나 심한 경우 터질 수도 있어요. 또 혈액을 내보내는 심장에도 부담이 커져 심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뇌졸중, 뇌출혈, 심근경색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거지요.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지방 성분의 일종)이 혈관에 쌓이거나 비만 등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면 생깁니다. 유속이 넓은 수로를 흐를 때는 느리지만, 좁은 관을 흐를 때는 빨라지면서 물이 벽에 가하는 힘도 커진다는 걸 떠올리면 돼요. 실제 고혈압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 중 약 30%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혈압을 판단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조금씩 달라요. 미국의 경우 최고혈압은 130mmHg, 최저혈압 80mm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고혈압 140mmHg 이상, 최저혈압 90mmHg 이상을 고혈압이라고 해요.

러시아 군의관이 발명한 수은 혈압계

최초의 혈압계는 1905년 러시아 군의관인 코로트코프(Korotkov·1874~1920)가 발명했습니다. 그는 청진기와 수은주를 이용해서 혈압을 재는 방식을 시도했어요. 팔 윗부분을 감아 동맥을 압박해서 일시적으로 혈액의 흐름을 막았다가 압박을 풀면 혈액이 혈관으로 소용돌이치며 쏟아져 흐르게 돼요. 이때 혈액이 혈관 벽에 부딪히면서 소리를 냅니다.

그는 이 소리를 청진기로 들으며 혈압을 측정했어요. 최초로 소리가 들린 시점을 수축기 혈압(최고혈압)으로 삼아 수은 압력계 기둥의 높이를 읽고, 소리가 멈춘 시점을 이완기 혈압(최저혈압)으로 읽는 방식이었어요. 지금도 혈압의 단위로 쓰이는 mmHg(수은주밀리미터)는 바로 수은(Hg)에서 유래한 단위입니다. 그리고 혈액이 퍼질 때 나는 소리는 '코로트코프음(Korotkoff sounds)'이라고 불러요. 이렇게 청진기로 코로토코프음을 들으며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을 '청진법'이라고 해요.

전자식 혈압계의 등장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혈압 측정에 이용돼온 수은 혈압계는 위기를 맞게 됩니다. 혈압계에 쓰이는 수은 때문이었지요. 1956년 일본 미나마타에서 수은 중독으로 인한 장애 환자와 사망자가 대규모로 발생하자 국제적으로 수은 사용에 우려가 커졌어요. 이후 2013년 유엔환경계획에서는 2020년부터 수은을 사용하는 제품들의 제조와 수출,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수은에 관한 미나마타 협약'을 채택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114개 국가가 비준에 동의했습니다. 수은 혈압계도 여기에 해당하는 제품이에요. 다만 우리 정부는 수은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학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일단 2021년 4월까지 사용 금지 조치를 유예하기로 했어요.

지난 몇 년간 의학계에서는 수은을 사용하지 않고 혈압을 측정하는 기기와 방법들이 다양하게 개발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방식 중 기존 방식과 비슷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방법은 전자식 혈압계입니다. 소리가 아니라 혈관에서 발생하는 박동의 크기를 이용해서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을 산출하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전자식 혈압계는 수은 혈압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차가 큰 데다, 가격이 비싸 개인이 구비하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기기를 이용해서 손쉽게 혈압을 측정하기도 해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계 최초로 모바일 앱을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허가해 화제가 됐죠. 스마트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LED(발광 다이오드) 빛을 혈관에 비춰 혈액량을 센서로 재는 기법을 사용해요. LED는 기존 조명과 달리 특정 파장대 빛을 뿜어낼 수 있는데요. 이 빛을 피부 깊숙이 통과시키면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이를 흡수해 혈관의 위치를 찾고 혈류와 맥박을 측정하는 방식이랍니다.


안주현 박사·서울 중동고 과학 교사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