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모든 것이 완벽히 통제된 사회에서 과거 비밀 전달받은 단 한 명의 소년
기억전달자
로이스 로리 글|P.크레이그 러셀 그림
장은수 번역|비룡소|192쪽|1만6000원
놀라운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은 로이스 로리(Lowry·1937~)의 '기억전달자'는 유명한 SF(공상과학) 소설입니다. 수많은 열혈 독자를 보유한 이 소설은 그동안 영화와 연극으로 수차례 만들어졌고, P.크레이그 러셀의 손길을 거쳐 드디어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로 재탄생했어요. 첫 장을 여는 순간 마지막을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명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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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스 로리의 소설 ‘기억전달자’는 영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로도 만들어졌어요. /㈜지어소프트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한 소년 조너스는 12월에 있을 '열두 살' 기념식을 손꼽아 기다려요. 기념식에서 마을의 수석 원로들은 아이들의 직업을 결정해 발표합니다. 이 마을의 모든 사람은 출산, 직업, 가정, 감정까지 주어지는 대로 따르고 순응하지요. 엄격한 규율과 통제가 지배하지만 아무도 불만이 없고 작은 거짓말이나 험한 말도 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말 잘 듣는 착한 사람들만이 어울려 사는 미래 사회입니다.
이곳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평한 보통의 삶을 제공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욕망은 마치 잘 다듬어진 나뭇 조각처럼 부드럽죠. 모든 것이 차분하고 획일적인 균일한 평범함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작은 균열이 발생합니다. 주인공 조너스는 열두 살 기념식에서 그 마을에 단 한 명 있는 기억보유자 노인으로부터 기억전달자라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학교가 끝나면 노인의 집으로 가 노인의 기억을 빠짐없이 전수받습니다. 조너스는 이 과정을 통해 행복과 불행, 전쟁과 평화, 생명과 죽음, 희망과 절망으로 점철된 인간의 역사를 보고 느낍니다. 그리고 결국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주체적 인간으로 변화해요. 그러자 흑백의 세계에서 색의 세계가 열리죠. 타율의 세계에서 주체의 세계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제 조너스는 마을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나 인간다움 같은 가치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진실에 눈뜬 조너스는 어떤 인생을 선택할까요. '기억전달자'는 독자에게 답을 던져주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부터 독자들 각자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독서가 시작되는 아주 독특한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