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러시아가 북극해에 첫 투입, 해일에 강하지만 침몰 우려 있죠

입력 : 2020.05.21 03:00 | 수정 : 2020.05.27 15:29

[바다를 떠다니는 원전]
바다 위 선박에 설치한 '부유식 원전', 극지방 등 어디나 전력 공급이 가능
핵연료 한 번 장착하면 5년 정도 가동… 화석연료 수만톤 절감하는 효과있죠
육상 원전보다 싼 건설비 장점이지만 침몰시 방사성 물질 유출 지적도 나와

여러분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최근 러시아가 물 위에 띄우는 부유식 해상 원자력발전소(원전)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동했어요. 러시아의 북극 지역은 겨울이 길고 몹시 춥지만 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려운 곳이 많은데요. 접근성이 떨어지는 북극 지역에 전기와 난방을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만들었어요. 이 같은 부유식 원전은 이동성이 좋아 바다 위 또는 바닷가 어디에서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늘은 부유식 원전에 대해 알아볼게요.

1초에 10억 번 반응하며 만드는 에너지

원전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낼까요? 원전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원소 중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을 사용해요. 우라늄 235에 중성자(원자핵을 구성하면서 전하를 띠지 않는 입자)를 충돌시키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며 우라늄의 원자핵이 2개 이상의 작은 원자핵으로 쪼개지지요. 이러한 현상을 '핵분열'이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과학] 러시아가 북극해에 첫 투입, 해일에 강하지만 침몰 우려 있죠
/그래픽=안병현
이렇게 분열한 원자핵에서 또다시 2~3개의 중성자가 튀어나오고, 이들 중성자가 주변의 다른 원자핵과 다시 충돌해서 분열을 일으키고, 여기서 나온 중성자가 또 다른 원자핵과 충돌하는 식으로 계속해서 핵분열이 일어나요. 이를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불러요. 1초에 10억 번 연쇄반응하면서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요.

바로 이 같은 핵분열이 원전을 돌리는 원동력이에요. 연쇄반응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로 핵연료봉이 섭씨 2000도까지 달아오르면, 그 열로 물을 데워 증기를 만들거든요. 그리고 이 증기로 터빈(회전 기계장치)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원전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대형 바지선(화물을 운반하는, 밑바닥이 평평한 배) 한가운데 KLT-40C라는 이름의 원자로(35㎿급) 2기를 설치한 형태예요. 바지선을 바다 위 인공 방파제 근처에 머물게 한 뒤 원자로를 가동하죠.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쓰고, 약 1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70㎿의 전력을 만들어냅니다.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2007년 건설을 시작해 11년 만에 완성됐어요. 2018년 4월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조선소를 출발해 3주 만에 러시아 항구도시 무르만스크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처음 핵연료(연료봉)를 장착했어요. 그 뒤 북극 항로를 따라 약 6400㎞를 이동해서 지난해 9월 러시아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페베크(Pevek)에 정박했습니다.

부유식 원전은 한 번 핵연료를 장착하면 5년 동안 계속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해요. 그동안 노후한 화력발전소와 원전에서 전력을 공급받던 페베크 주민들은 지금 부유식 원전의 혜택을 받고 있어요. 페베크의 풍부한 자원인 석유와 가스를 채굴하고 시추하는 현장에도 부유식 원전의 전력이 공급되고 있어요. 이로 인해 연간 4만5000t의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를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할 거라고 합니다.

이동 쉽고 지진해일에도 끄떡없어

그런데 왜 굳이 바다 위에 원전을 띄우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이동이 쉽기 때문입니다.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러시아의 연안을 항해하면서 전기가 필요한 해안 도시 어디나 전력을 공급합니다. 말하자면 '비상 출동 서비스'인 셈이지요.

또 다른 이유는 안전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 위에 발전소를 띄워 놓으면 지진으로 인한 땅의 진동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거대한 지진해일(쓰나미)에도 끄떡없어요. 보통 쓰나미는 수심이 얕은 해안에 이르러 속도가 느려진 파도에 뒤이어 온 파도가 겹쳐지면서 엄청난 파도를 발생시키는 거거든요. 이 때문에 바다보다는 오히려 육지나 해안선에서 쓰나미의 충격이 더 크죠. 또 육상 원전처럼 부지 확보가 필요 없어 전기 생산 비용이 육지 원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혀요.

미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부유식 원전 개발에 속속 뛰어들고 있답니다. 특히 중국은 2021년을 목표로 우리나라에 가까운 동부 지역 산둥(山東)성 해안에 설치해 부유식 원전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부유식 원전은 사실 1950년대부터 미국과 러시아가 원자력 추진선, 원자력 잠수함 등을 개발해 전력 공급에 투입해 왔기 때문에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어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군함과 잠수함, 쇄빙선 등에서 써온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에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단체 '떠다니는 체르노빌' 우려

환경단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어요. 부유식 원전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떠다니는 체르노빌' '떠다니는 후쿠시마'가 될 거라는 거죠. 1986년 일어난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자로 결함, 지난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냉각 장치 문제로 수소 폭발이 일어났거든요.

그러나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부유식 원전은 풍부한 주변 바닷물을 냉각수로 이용하기 때문에 만약 원자로에 문제가 생겨도 냉각수 공급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어요. 육상 원전보다 폭발 위험이 덜하다는 거죠.

선박 침몰에 대한 우려도 나와요.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유출되면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거라는 거예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는 침몰하더라도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가 없도록 방사성 핵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견고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만일에 대비해 부유식 원전을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불안정한 바다보다 북극해처럼 상대적으로 파도가 안정적인 바다에 설치하는 게 안전하다고 보고 있답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박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