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41] '얻다'와 '어따'

입력 : 2020.05.21 03:00
* 사람들 상당수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따/얻다) 쓸지 고민하는 것 같다.

* 복잡한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지금 (어따/얻다) 손을 대는 거야?"라고 누군가 고함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위 괄호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가요? 문장 맥락을 살펴보면 '어디에다(가)'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어야 함을 알 수 있어요. 그렇다면 '어디에다(가)'가 줄어든 말은 '얻다'와 '어따' 중 어느 것일까요?

[예쁜 말 바른 말] [141] '얻다'와 '어따'
/그림=정서용
정답은 '얻다'입니다. 한 포털 사이트 퀴즈에 참여한 사람 절반 이상이 틀리고, 몇 년 전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맞춤법으로 꼽을 정도로 대다수가 잘못 알고 있는 말이랍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동사 '얻다'(거저 주는 것을 받아 가지다)에 비해 '어디에다(가)'가 줄어든 말인 '얻다'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편이에요.

그에 비해 드라마나 영화 대화 속에서 자주 쓰는 감탄사인 '어따'는 '상대방 말이나 행동이 몹시 못마땅하거나 정도가 너무 심하여 빈정거릴 때 내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어따, 그만 떠들고 이제 집으로 가세"와 같이 쓰지요. 참고로 "아따, 나 참말로 못살겠소"와 같이 소설에서 자주 보이는 '아따'는 '어따'의 작은 말이랍니다. 또 '아따'는 빈정거리듯 쓰이는 경우 외에 '어떤 것을 어렵지 않거나 하찮게 여길 때 내는 말'이라는 뜻으로도 쓰여요.

지난 20대 국회에서 종종 벌어진 의원들의 싸움을 보도하면서 "어따 대고 반말이야?"라고 잘못 쓴 기사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얻다 대고'라고 고쳐 써야 하며,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예시〉

―넌 얼굴만은 얻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성격이 좀 급해서 걱정이다.

―예쁜 꽃이 핀 화분을 새로 사 왔는데 얻다 놓으면 좋을지 생각 중이야.

―토론회장에서 한 참석자가 "얻다 대고 감히 지적을 해?"라고 소리를 질러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화가 날 때 할아버지는 "어따, 할멈, 잔소리 좀 그만 하구려!"라고 내뱉고 방으로 들어가곤 하셨다.

―"어따, 이 사람, 뭔 말이 그리 많은가?"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