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세 개의 도시'라는 뜻의 리비아 수도… 18세기엔 지중해 해적의 중심지였죠

입력 : 2020.05.20 03:07
최근 리비아 내전(內戰)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Tripoli)에서 격화하고 있어요. 지난 7일엔 터키·이탈리아 대사관 주변에 포탄이 떨어지기도 했고, 9일엔 도심에서 동쪽으로 8km 떨어진 미티가 공항이 피격받아 연료 탱크와 여객기가 파손되기도 했어요.

트리폴리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리비아 최대 항구 도시예요. 그리스어로 '세 개의 도시'라는 뜻인데, 고대 페니키아인이 건설한 3개의 식민 도시를 '트리폴리스'라 부른 데서 유래했지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시가지의 모습.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시가지의 모습. /위키피디아
트리폴리는 오랜 시간 지중해 유럽 도시와 아프리카 사하라 무역로를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였습니다. 이런 지리적 이점 때문에 1951년 리비아가 독립을 이룰 때까지 로마 제국, 오스만튀르크, 이탈리아 등 다양한 세력의 지배를 받았어요. 그래서 도심 경관도 시내 중심부의 '메디나'라고 불리는 이슬람풍 옛 시가지와 해안을 따라 만들어진 유럽풍 신시가지로 구분돼요.
트리폴리 위치 지도

트리폴리는 1783년 막 독립한 미국이 처음으로 전쟁을 벌여 승리한 지역이기도 해요. 당시 트리폴리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주름잡던 '바버리 해적'이 활동하는 중심지였어요. 미국은 주력 산업이던 농산물을 유럽으로 운송하면서 바버리 해적의 공격을 자주 받았지요. 1796년 미국은 해적에 공물을 바치는 '트리폴리 조약'을 체결했지만, 해적의 공격은 계속되었어요. 결국 미국은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고, 1805년 승리를 거두었답니다.

트리폴리는 '낙서의 도시'로도 유명해요. 트리폴리 시내 건물 벽면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팅으로 그려진 낙서가 가득해요. 2011년 리비아 혁명으로 42년 카다피 독재 정권을 축출하면서 시작한 것인데, 카다피를 조롱하는 그림이나 리비아의 자유를 바라는 글귀가 대부분이에요.

트리폴리는 현재 양분되어 있습니다. 서쪽은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리비아 통합정부(GNA)가 차지하고 있고, 동쪽은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리비아국민군(LNA)이 장악하고 있죠. 독재 정권은 무너졌지만,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진 거예요. 이렇게 양측이 치열하게 갈등하면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