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상투 틀고, 곤룡포 입고… 열 살이지만 어른이 되는 날

입력 : 2020.05.19 03:09

[세자의 성년식]

'관혼상제' 중 첫번째 의례 '관례' 양반 자제는 15~20세에 치렀대요
세자 교육 맡은 관청서 의식 주도, 강사포·면복 등 왕의 복장 입어보는
'삼가례' 절차 가장 중요히 여겨… 여느 아이들처럼 술 예절 배우기도

5월 18일은 만 19세가 된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축하해주는 성년의 날이에요. 성년의 날은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로 정해져 이날에 성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의식이나 행사가 열려요. 선거권을 갖게 된 젊은이들을 축하하는 미국의 '시민의 날'(5월 셋째 주 일요일)이나 만 18세가 되어 성인이 된 것을 기념하는 일본의 '성인의 날'(1월 둘째 주 월요일) 등과 비슷하지요.

우리 역사에서도 어린 남녀가 자라 성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는 일이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특히 고려와 조선 왕조에서는 왕위를 이을 왕세자의 성년식이 국가와 왕실의 중요한 의식 중 하나였어요.

◇고려 초부터 중요 행사였던 왕세자 성년식

'광종 16년 봄 2월, 왕자 주에게 원복(元服)을 더하고… 장생전에서 여러 신하에게 연회를 열었다.' 역사서 '동국통감'과 '고려사'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고려 제4대 왕인 광종 16년, 즉 965년에 왕의 맏아들인 주의 성년식을 치르며 태자로 세우고 잔치를 벌였다는 이야기이지요. '원복'은 남자가 아이에서 성년이 되는 의식을 치를 때 입는 어른 옷을 말하거든요. 이 기록을 통해 고려 시대 초기부터 이미 왕세자의 성년식이 궁중에서 신하들의 축하 속에 치러진 중요한 의식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어요.

◇성년식은 조선 시대에 더욱 중요해져

규범과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조선 시대에는 성년식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져요.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거쳐야 하는 네 가지 의례 즉 '관례(冠禮)' '혼례(婚禮)' '상례(喪禮)' '제례(祭禮)'의 예법을 유교의 가르침대로 잘 지키려 했는데, 그중 관례가 바로 성년식에 치르는 의식이에요. 남자아이가 머리에 상투를 틀고 관(冠)을 쓰는 의례라고 해서 관례라고 불러요. 관례는 20세에 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조선 시대에는 보통 남자아이는 15~20세 무렵에 치렀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김영석

그러나 왕세자는 왕위 계승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보다 일찍 10세 무렵에 관례를 치른 것으로 보여요. 조선 제21대 왕 영조가 "제왕가는 범인과는 달라 10세 전에 관례를 행하면 너무 이르고 10세가 지나면 또한 늦으니 10세에 관례 때 세 번 관을 갈아 씌우는 삼가례(三加禮)를 하는 것이 정히 사리에 합당하겠다"고 말하였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하거든요.

◇왕의 복장으로 세 번 갈아입어

삼가례는 관례를 치르는 중에 세 번 모자와 옷을 다른 것으로 갈아입히던 의식으로 관례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왕세자는 장차 왕이 될 신분이기에 삼가례에서 익선관과 곤룡포, 원유관과 강사포, 면류관과 면복 등 왕이 쓰던 관과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어요. 익선관과 곤룡포는 왕의 평상복, 원유관과 강사포는 왕이 신하들의 조회를 받을 때, 면류관과 면복은 국가의 중대한 의식 때 왕이 쓰고 입던 복장이에요. 이 외에도 관례 때 왕세자는 여느 양반가 자제들처럼 술 마시는 예절을 배우고, 관례를 치른 뒤에 '자(字)'라는 다른 이름을 받았어요.

양반집에서는 관례의 주관자인 주인은 아버지, 의식을 주관하는 사람인 빈(賓)은 주인의 친구 중 덕망이 있고 예의를 잘 아는 사람이 맡고, 빈을 돕는 찬은 빈이 익숙한 사람을 뽑았어요. 반면 왕세자는 관례의 주인을 왕 대신 종친이, 빈과 찬은 주로 왕세자의 교육을 담당했던 관청인 '세자시강원'의 정1품과 정2품 관리가 맡았지요. 조선 왕세자의 관례는 조정의 문무백관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참가하는 큰 행사였대요.

[세자 책봉식, 입학식, 가례… 왕위 잇기 위한 통과의례에요]

왕세자는 다음 왕위를 이을 후계자로서 신분과 품위를 높이는 여러 통과의례를 치러야 했어요. 통과의례는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신분이나 지위 등이 새로운 상태로 통과할 때 행하는 의식이나 의례를 말해요. 책봉식, 입학식, 관례, 가례가 대표적인데 책봉식은 왕의 후계자로 임명하는 의식이며, 책봉식을 치른 뒤에는 최고 교육기관인 성균관에서 입학식을 치렀어요. 가례는 세자빈에 간택된 여인과 혼례 즉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말하는데 왕실에서는 왕과 왕세자, 왕세손의 혼인을 가례라고 불렀지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양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