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언제나 타인에 대한 '진심' 잃지 말아요… 북유럽의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동화

입력 : 2020.05.15 03:01
해 뜰 때 한 일을 해질 때까지?|정해왕 글|장준영 그림|책고래|40쪽|1만3000원

유럽의 북쪽에는 에스토니아라는 작은 나라가 있어요. 독립한 지 불과 30여년밖에 되지 않은 에스토니아는 800여년간 스웨덴, 폴란드, 러시아 등 외세의 지배를 받은 역사를 지니고 있어요. 과연 어떤 저력이 이 나라 사람들을 버티게 해주었을까요? 이 책은 에스토니아에서 아주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이들의 태도와 철학을 엿볼 수 있지요.

가난한 오두막집 아주머니가 나그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주었어요.
가난한 오두막집 아주머니가 나그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주었어요. /책고래
찬 바람이 부는 겨울밤, 늙은 나그네가 쉴 곳을 찾아 걷고 있었어요. 나그네는 으리으리한 부잣집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했어요. 하지만 부자 영감은 거지한테 내줄 방은 없다며 소리를 질렀어요. 나그네는 다른 집에 찾아갑니다. 이번엔 허름한 오두막집이네요. 아주머니는 가난했지만, 기꺼이 나그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어줍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나그네는 길을 떠나며 아주머니에게 "오늘 당신은, 해 뜰 때 한 일을 해 질 때까지 하게 될 것이오"라는 묘한 말을 남겨요. 집 안으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아이들 옷을 지어 주려고 마지막 남은 옷감에 자를 가져다 댔어요. 그러자 놀랍게도 옷감이 저절로 늘어나 집 안을 그득 채우고 길거리까지 쏟아져 나왔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부자 영감은 하인들을 시켜 나그네를 다시 데려왔어요. 온갖 귀한 음식을 대접하고 가장 멋진 방을 내주었지요. 다음 날, 나그네는 부자 영감에게도 똑같은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부리나케 다락방으로 올라간 영감은 금화 궤짝을 열었어요. 금화를 세면서 돈을 늘릴 작정이었죠. 하지만 궤짝을 여는 순간 먼지가 풀썩 날렸고 그 바람에 그만 재채기가 터져 나오고 말았어요. 부자 영감은 결국 밤늦도록 재채기만 하게 됐죠. 이 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인을 위한 진심을 잃지 말자는 교훈을 담고 있어요. 이는 에스토니아인들이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함께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일지 모릅니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