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40] '복장'과 '혼쭐'
* 서민의 현실을 외면하는 정책들 때문에 '복창이 터진다'는 말이 나온다.
* 최근 온라인 개학 때문에 자녀의 원격 수업을 도와주느라 애먼 학부모들이 혼줄나고 있다.
위 예문에 나오는 '복창'과 '혼줄'은 과연 맞는 말일까요? 두 단어는 사실 각각 '복장' '혼쭐'로 써야 옳아요. 일상 대화는 물론 신문 기사 등에서도 자주 틀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잘못 쓰는 말에 속해요.
- ▲ 그림=정서용
'복장(腹臟)'은 '가슴의 한복판'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이번 일은 정말로 기가 막히고 복장이 터질 일이다'와 같이 써요. 또, '속으로 품은 생각'이라는 뜻이 있는데 '사람은 복장을 잘 써야 한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간혹 '복장' 대신에 '복창 터진다'라고 잘못 쓰는 까닭은 '복장'의 '장'이 '내장'을 뜻하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창자'의 첫 글자인 '창'을 가져다 붙인 것으로 추측돼요.
'혼쭐'은 사람의 몸 안에서 몸과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인 것을 뜻하는 '혼(魂)'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에요. 비슷한 말로 '혼꾸멍'이 있는데, 이는 '혼'의 속된 표현으로 '혼구멍'이라 쓰면 안 돼요. 역시 '혼쭐'도 '혼줄'이라고 잘못 쓰면 안 되겠지요? 또 '혼(魂)나다'와 비슷한 '혼쭐나다'는 '몹시 호되게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다' '매우 놀라거나 힘들거나 무서워서 정신이 빠질 지경이 되다'라는 뜻이고, '혼쭐이 빠지다'라는 말은 '호된 시련을 당하거나 어떤 좋지 아니한 느낌을 참고 견디느라 아주 힘이 들다'라는 뜻을 가진 관용구랍니다.
〈예시〉
―아들의 사고 소식에 아주머니는 복장을 찢듯이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의 오랜 복장은 아무도 모른다.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을 일삼으며 싸움만 하면 국민은 복장이 터진다.
―평소에 차분한 친구가 혼쭐이 빠졌는지 정신없이 뛰어나갔다.
―조금 잘못했다고 자꾸 혼쭐내기만 하면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밤늦게 집에 들어온 오빠는 아버지께 혼쭐이 빠지게 꾸중을 들었다.
―귀신 놀이를 하다가 그렇게 혼쭐나고도 또 하고 싶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