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카잔차키스의 자전소설, '자유' 추구하는 영혼의 성장기 담겼죠

입력 : 2020.05.13 03:05

영혼의 자서전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사진. 그는 20대에 자유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쟁적 인간상’을 확보합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사진. 그는 20대에 자유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쟁적 인간상’을 확보합니다. /위키피디아

"나는 사무실의 네 벽 안에 절대로 갇히지 않고, 편안한 삶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필요성과 절대로 계약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자주 항구로 내려가 바다를 보았다. 바다는 자유의 문 같았다. 오, 그 문을 열고 뛰쳐나가자!"

'영혼의 자서전'은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로 유명한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의 자서전이에요. 카잔차키스가 태어난 크레타섬은 동서양의 교차점으로 바다와 내륙이 만나는 곳에 있어 역사적으로 외세의 침입이 잦았어요. 그가 어릴 적에는 크레타가 터키 지배 아래 있었지만, 이후 크레타를 다시 그리스로 합병하기 위한 독립전쟁이 일어납니다. 그 와중에 수많은 학살이 자행되기도 했어요. 이 경험은 카잔차키스로 하여금 그리스 민족주의 성향의 글을 쓰는 데 영향을 미쳤고, 자유에 대한 갈망을 갖도록 합니다. 20대 중반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그는 베르그송·니체 등 다양한 철학자의 사상을 접합니다. 특히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에게 영향받아 그는 자유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투쟁적 인간상'을 확립하게 되죠.

'영혼의 자서전'은 그가 크레타를 떠나 이탈리아·예루살렘·파리·빈·베를린, 다시 러시아를 거쳐 크레타로 돌아오기까지 여정에서 발견한 '자기 자신'에 관한 기록이에요. 자서전이지만 삶의 이력만을 차례대로 정리하지는 않아요. 소설적 상상력과 에세이적 감성을 오가며 특정한 경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요. 신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오롯하게 적기도 해요. "신은 절망의 가장 찬연한 얼굴이요, 희망의 가장 찬연한 얼굴이다." 카잔차키스는 절망과 희망 사이에 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투쟁'이며, 그것이야말로 신이 인간에게 원하는 일이라고 말해요.

카잔차키스는 자신이 가졌던 최초의 큰 욕망이 자유였다고 말해요. 외세 억압과 종교적 금기로부터의 자유를 뜻하기도 하지만, 좀 더 작은 의미에서 보면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고 일탈에 가까운 행동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롭게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해요. 그는 '논리와 윤리의 한계를 넘어 경쾌하고 자유로운 뜻을 지닌' 사람이 되고자 한평생 애썼어요. 그런 자유로운 인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 대표작 '그리스인 조르바'라고 할 수 있어요. 국내에 출간된 '영혼의 자서전'은 상·하권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하권에서는 주로 그리스도와 붓다, 니체 등의 가르침을 통해 그 자신의 영혼이 성장해가는 분투기를 담아내요.

'영혼의 자서전'은 자서전이자 자전소설이지만 삶과 죽음은 물론 예술과 문학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카잔차키스의 삶이 '신성함, 인간의 고뇌, 기쁨, 그리고 고귀함'으로 가득하다고 말하기도 해요. 삶에 대한 가르침을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해요.


장동석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