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가장 똑똑한 무척추동물, 적을 만나면 검붉은색으로 변해요

입력 : 2020.05.08 03:05

낙지

지난달 27일 해양수산부는 낙지에서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뇌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세파로토신'이란 신경 조절 물질을 발견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어요. 해수부는 낙지가 무척추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고 복잡한 뇌신경계를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해요. '세파로토신'을 실험용 쥐에 투입해 인지 기능이 개선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걸 확인했다고 해요. 그래서 낙지의 신경 조절 물질이 사람·쥐 같은 포유류에게도 효능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라고 합니다.
낙지는 머리와 몸통, 다리 3부분으로 이뤄져 있어요. 8개의 다리에는 자잘한 빨판이 달려 있어 바다 밑바닥이나 바위를 타고 이동하거나 먹이를 쉽게 움켜쥘 수 있습니다.
낙지는 머리와 몸통, 다리 3부분으로 이뤄져 있어요. 8개의 다리에는 자잘한 빨판이 달려 있어 바다 밑바닥이나 바위를 타고 이동하거나 먹이를 쉽게 움켜쥘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낙지는 연체동물 중 가장 진화된 형태인 두족강의 문어목 문어과에 속합니다. 두족강은 머리와 다리가 붙어 있다는 뜻이에요. 낙지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사할린 연안에 분포하는 동북아시아 고유종이며, 연안에서 수심 200m까지 해역에 주로 서식해요. 해저 밑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내륙에서 가까운 갯벌에 구멍을 파고 생활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전남·전북 해안에 살아요.

낙지를 비롯해 오징어·주꾸미 등이 포함된 두족강 생물은 큰 뇌에 복잡한 신경계가 있고, 지능이 높은 편이에요. 특히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고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데, 이런 특성은 다른 연체동물에선 찾아보기 어려워요. 낙지는 척박한 갯벌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고 성장 속도도 빨라요. 그래서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대상으로 낙지를 이용하고 있어요.

낙지는 머리, 몸통, 다리 3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머리는 몸통과 다리 사이에 있어요. 머리엔 한 쌍의 뇌와 눈이 있고, 입은 다리 안쪽의 중앙부에 있어요. 머리 부분의 주둥이처럼 생긴 수관으로 물을 흡입해 배출하면서 호흡합니다. 몸통 표면은 매끈한 타원형이며, 이 안에 심장·간·위 등 각종 장기가 들어 있어요. 다리는 총 여덟 개로 가늘고 길며, 가운데 2개가 다른 것보다 길어요. 다리엔 빨판이 달려 있어 바다 밑바닥이나 바위에 붙어 이동하거나 먹이를 잡아 움켜쥐고 먹을 때 이용해요. 몸길이는 70㎝까지 자라요. 빛깔은 일반적으로 옅은 회색이지만 외부 자극을 받으면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검붉은색으로 변해요. 포식자로부터 벗어나려다가 다리가 잘려 나가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시 자라므로 영구 손상되는 일은 없어요. 갑작스럽게 위협을 받았을 땐 먹물을 뿜어내며 빠르게 도망치지요.

낙지는 낮에 바위틈이나 펄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밤이 되면 기어 나와 게류, 새우류, 조개류, 굴, 작은 물고기 등의 먹이를 찾아 활동해요. 번식기는 5~6월이며, 알의 수는 암컷의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한 번에 100~130개의 알을 낳아요. 암컷은 산란이 끝난 후에 죽고, 수컷도 번식 행동이 끝난 후에 죽어요. 낙지는 번식기에 태어나 성장하고, 이듬해 번식을 마치고 죽기 때문에 수명은 1년이에요.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