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너에게 멋진 세상을 보여줄게' 아빠는 인생의 든든한 길동무

입력 : 2020.05.08 03:07
길동무 책 일러스트
/계수나무

길동무

찬란 글|마다이수 그림|구본아 옮김
계수나무|40쪽|1만2500원

한 어른과 한 아이가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각자 먼 길을 걸어왔지요. 외로웠던 두 사람은 이제 함께 길을 가기로 합니다. 어른은 단단한 양철 가방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이 역시 작은 배낭을 메고 있습니다. 어른은 반짝이는 물건을 보면 얼른 주워 깨물어 봅니다. 만약 그 물건이 단단하면 양철 가방에 넣었답니다. 어른은 "이건 모두 값비싼 보물이야!"라고 말했지요. 아이 역시 어른이 말할 때마다 무언가를 열심히 가방에 넣었습니다.

밤이든 낮이든 두 사람은 늘 함께합니다. 험한 산길을 오를 때면 어른은 아이를 번쩍 들고 올라갔어요. 어른은 밤하늘의 둥근 달, 산과 나무, 풀과 동물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아이에게 알려줬어요. 시간을 함께 보내며 두 사람은 정말 다정한 길동무가 되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밤중에 강도들이 나타났어요. 그러고는 두 사람의 가방을 빼앗았어요. 그런데 보물이 가득할 거 같았던 어른의 가방엔 거울, 전구, 구슬, 편자, 그리고 은 조각 몇 개가 전부였어요. 강도들은 이번엔 아이의 배낭도 열어봅니다. 하지만 아이의 가방 속을 한참 들여다보기만 하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버렸어요. 왜 그랬을까요? 아이의 가방엔 어른이 알려준 '달' '얼룩말' '비행기' '바다' '세상' 등 온갖 '말'로 가득했거든요.

'길동무'는 사람 간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이 동화가 끝날 무렵, 어른은 아이의 가방 맨 밑바닥에서 빼뚤빼뚤한 글씨로 쓴 쪽지를 발견합니다. 쪽지에는 아이가 어른에게 붙여 준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과연 어떤 이름이었을까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주인공 아이처럼 우리도 그 이름을 부르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아빠'라고 말이죠.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