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표정·몸짓·음악만으로 꽉찬 무대… 언어의 장벽 사라지죠
입력 : 2020.05.01 03:01
[넌버벌 퍼포먼스]
비언어적 표현과 퍼포먼스의 결합
말 없이 진행되는 개념의 공연으로 1990년대 뉴욕 소극장서 본격 등장
우리나라 대표 작품은 1997년 '난타'… 국내 천만 관객 이끌고 해외서도 인기
얼굴을 온통 파란 물감으로 칠한 세 예술가. 강렬한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환상적인 조명 속에서 강렬하게 두드리는 드럼 위로 갖가지 색깔의 물감이 튀어 오르면 관객들의 입에선 저절로 함성이 터져 나와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루맨 그룹'의 공연입니다. 말 한마디 없이 자신들이 고안한 타악기로 라이브 연주를 하고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요. 1991년 미국 뉴욕에서 데뷔한 이들은 지금까지 3500만명 관람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여전히 공연 중입니다. 올해 '2020년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한국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여파로 내한이 취소되었어요. '블루맨 그룹'이 이토록 오랜 시간 장수하며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말 대신 만국 공통어인 몸짓과 음악으로 공연을 만든다는 것.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것이지요.
◇언어 장벽 없이 즐기는 넌버벌 퍼포먼스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는 가급적 언어를 배제하고 구체적인 줄거리 대신 몸짓과 소리, 음악으로 구성하는 공연을 의미해요. 언어라는 장벽이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지요.
◇언어 장벽 없이 즐기는 넌버벌 퍼포먼스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는 가급적 언어를 배제하고 구체적인 줄거리 대신 몸짓과 소리, 음악으로 구성하는 공연을 의미해요. 언어라는 장벽이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지요.
- ▲ 1991년 미국 뉴욕에서 데뷔한 넌버벌 퍼포먼스 단체 '블루맨 그룹'. 얼굴을 파란 물감으로 칠한 남자 세 명이 등장해 말 한마디 없이 타악기로 라이브 연주를 하고 코믹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넌버벌 퍼포먼스는 언어 장벽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어 대중성이 높아요. /블루맨 그룹 페이스북
넌버벌 퍼포먼스는 쉽고 대중적이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1990년대부터 다양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어요. 일상의 소도구를 활용해 리드미컬한 무대를 꾸미는 '스톰프'(1991)나 신나는 탭댄스로 공연을 만든 '탭덕스'(1995) 등의 작품들이 기존에 보던 언어극과는 다른 신선한 형식을 선보이며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인기를 누렸습니다. 오프브로드웨이는 대형 극장이 즐비한 브로드웨이 외곽의 소극장 밀집 거리를 일컫는 말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비해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이 주로 오르지요.
◇해외서 사랑받은 한국의 '난타'와 '점프'
우리나라 대표 넌버벌 퍼포먼스는 배우 송승환씨가 제작자로 있는 PMC프러덕션의 '난타(Nanta)'입니다. 1997년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첫 무대를 선보인 '난타'는 국내 관객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더니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요.
'난타'의 배경은 결혼식 피로연 전날 밤 주방, 요리사 세 명과 지배인 한 명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칼과 도마, 각종 주방 도구가 악기가 되고, 배우들이 신명 나는 사물놀이 리듬에 맞춰 추임새를 넣으며 당근, 오이, 양배추 등 야채를 도마 위에서 칼로 난타하면 잘게 부서져 공중으로 멋지게 솟구쳐 올랐죠. 공연의 제목인 '난타'가 담은 의미대로 신나게 두드려대는 모습에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습니다. 20년간 칼 2만개로 채소 126만개를 썰었다는 이 공연은 한국 넌버벌 퍼포먼스의 성공적인 세계 진출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난타'는 2015년을 기점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으며 서울 명동, 홍대, 제주에 있는 국내 전용 극장을 중심으로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난타'와 함께 우리나라 넌버벌 퍼포먼스의 역사를 이끌어 온 또 한 편의 작품으로 '점프'를 꼽을 수 있어요. 2002년 '별난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세상에 나온 이 공연은 이듬해 '점프'로 이름을 바꾸고 2006년 세계 최대 예술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해 해외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죠. 태권도와 태껸을 모티브로 공중 텀블링을 하거나 연속으로 점프하며 회전 날아차기를 하는 등 온갖 화려한 무술 동작을 박진감 넘치게 볼 수 있어요. 언어 장벽을 넘어 해외 진출에 성공한 '난타'와 '점프' 이후 비보잉을 활용한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2005) '브레이크 아웃'(2007) 등의 넌버벌 퍼포먼스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