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예쁜 얼굴에 수동적인 여성상, 제인 오스틴은 거부했어요
노생거 사원
- ▲ 1833년판 ‘노생거 사원’에 삽입된 주인공 캐서린의 삽화. 제인 오스틴은 캐서린의 외모에 대해 ‘그를 아기일 때 본 적이 있다면, 여주인공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썼어요. /위키피디아
열일곱 살인 캐서린은 시골 교회 목사님의 딸이었어요. 많은 형제자매 사이에서 커서인지 다소 선머슴 같았고, 이목구비도 다소 컸어요. 심지어 소설을 시작하면서 제인 오스틴은 캐서린의 외모를 이렇게 표현해요. "캐서린 몰란드가 아기일 때 본 적이 있다면 여주인공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당시 사람들이 원하는 예쁜 얼굴은 아니었다는 뜻이죠. 18세기 말, 19세기 초에는 소설의 여자 주인공들은 예쁜 얼굴의 소유자여야만 했어요. 캐서린은 당시 유행하는 전형적인 여자 주인공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이죠. 그래서 후대 평론가들은 제인 오스틴이 의도적으로 캐서린의 캐릭터를 만들어냄으로써 당시 유행하는 사람들의 인식에 저항하고 도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어느 날 지인 부부의 초대로 유명한 휴양지 바스를 찾게 된 캐서린은 무도회장에 가게 되고, 거기서 스물네댓 살 정도의 남자 헨리 틸니와 처음 만나요. 틸니는 꽤 지체 있는 집안 아들로 목사가 될 사람이었어요. 만남이 이어지면서 캐서린은 틸니의 아버지 틸니 장군의 초대로 유서 깊은 노생거 사원으로 초대받아 갑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이 자란 동네를 벗어난 캐서린은 사교계의 복잡한 규칙, 그리고 알 수 없는 헨리의 마음에 속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짝사랑을 꿋꿋하게 이어나갑니다.
이후 작품은 오해가 오해를, 편견이 편견을 낳으며 복잡하게 전개됩니다. 하지만 틸니는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성이 캐서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청혼하면서 작품은 끝을 맺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노생거 사원' 역시 당시 지배적이던 생각, 즉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결말 을 피해가지는 못해요. 다만 헨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캐서린의 모습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낸 것만으로도 제인 오스틴은 선구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노생거 사원'이 발표되고 벌써 200년도 더 지났지만, 이 작품은 결혼이 여성 혹은 남성에게 어떤 의미인지, 또 우리 시대의 사랑은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