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살리타를 쓰러트린 화살 한 발… 고려는 기적의 승리 거뒀죠
[처인성 전투]
1232년 몽골군의 고려 2차 침입 때 천민·피란민 모여 살던 처인성 공격
승려 김윤후가 적장을 활로 사살
고구려 때부터 내려온 활쏘기 전통… 최근 정부가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
"몽골군이 몰려옵니다!" "각자 위치를 사수하고 적을 방어하라!"
1232년(고려 고종 19년) 12월 16일 지금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던 작은 흙성인 처인성으로 말을 탄 기병 500명을 필두로 한 몽골의 대군이 쳐들어오고 있었어요. 이해 8월 시작된 제2차 고려 침략으로 한반도에 들어온 몽골군이 용인 방면까지 진격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전투에서 한 발의 화살이 당시 유라시아를 제패했던 몽골을 상대로 기적적인 승리를 빚어냈어요.
◇몽골 상대로 거둔 최대의 승리 처인성 전투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 제국은 1231년 1차 침입을 시작으로 40여년간 우리나라를 침략했어요. 처인성 전투는 1차 침입 이듬해인 1232년 고려가 항전을 위해 개경에서 강화로 수도를 옮긴 것을 빌미로 시작된 몽골의 2차 침입 때 벌어졌어요. 몽골군 총사령관 살리타는 남쪽으로 진격하려다 경기도 광주에서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고, 용인으로 우회하는 길에 군량창고가 있던 처인성을 공격한 것이었어요. 둘레 425m 정도 작은 성인 처인성은 원래 고려 때 천민 거주지 향·소·부곡 중 부곡에 해당했어요.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정규군이 아닌 승려와 천민, 피란민이었지요.
- ▲ 그림=김영석
한 승려가 성 위에 올라가 적진을 바라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활을 들었어요. 승려 김윤후(생몰년 미상)였습니다. 그가 활시위를 당기자 맨 앞에서 달려오던 장수 한 명이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지요. 그는 바로 몽골군 총사령관 살리타였습니다. 총사령관이 전사하는 일은 몽골 제국 전체 역사를 통틀어 아주 드문 경우였다고 해요. 몽골군의 진영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처인성의 승려와 천민들은 성문을 열고 나와 적군을 대파했습니다. 결국 몽골 2차 침략군은 뿔뿔이 흩어진 채 한반도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몽골의 침입은 6차까지 이어졌고, 결국 고려는 1270년 몽골과 화약을 맺은 뒤 개경으로 수도를 옮깁니다.
◇100보 밖 반지까지 맞힌 고구려 동명왕
문화재청은 최근 '활쏘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예고했어요. 물론 다른 나라에도 활쏘기는 있지만, 한국의 활쏘기는 오랫동안 독특한 특징을 유지한 민족 문화 자산이라는 거죠.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활쏘기가 널리 행해졌습니다. 중국 측 역사책 '신당서' 기록을 보면, 고구려는 어린이에게 글쓰기와 활쏘기 교육을 병행시켜 전국에 활을 쏘는 문화가 보급됐다고 해요. '삼국사기'에는 고구려 시조 동명왕이 일곱 살 때부터 혼자 활과 화살을 만들었고, 22세 때는 100보(약 182m) 밖에 걸어 둔 반지를 화살로 맞혔다고 기록돼 있어요. 그의 이름인 '주몽'은 '활 잘 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고구려와 같은 부여 계통인 백제도 만만치 않았는데, 8대 왕인 고이왕은 하루에 사슴 40마리를 화살로 맞히고 한 번에 기러기 두 마리를 맞히는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전통은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이어졌어요. 고려의 현종은 문관 중 4품 이하 관리와 60세 이하인 사람들은 비번 날 개경의 동·서 교외에서 활을 쏘게 했답니다. 조선왕조는 태조 이래로 많은 역대 임금이 궁술대회를 자주 열었어요. 문종 때는 당시 사헌장령(사헌부에 속한 종4품 벼슬)이었던 신숙주가 "활 쏘는 일이 큰일이 됐는데 너무 자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간언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전쟁에서 화약과 총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활쏘기는 점차 무예에서 운동 경기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됩니다.
[활 쏠 때의 9가지 규범 '궁도구계훈']
우리나라 궁도(弓道)에는 활쏘기 수련에 입문한 사람이 익혀야 하는 아홉 가지 마음가짐, 즉 '궁도구계훈'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일상에서도 좋은 교훈이 됩니다.
①몸을 바르게 함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함 ②어짊과 사랑으로 덕스러운 행실을 함 ③정성스럽고 참되고 실속 있게 남에게 나를 낮추어 순하게 대함 ④자신을 소중하게 하고 절개와 지조를 굳게 지킴 ⑤곧고 청렴하며 용감하고 결단성을 강하게 가짐 ⑥예를 차리는 절차와 몸가짐을 엄하게 지킴 ⑦활 쏠 때는 말하지 말 것 ⑧나를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말 것 ⑨남의 활을 당기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