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스포츠로 세상 읽기] 개최국이 빚더미에 앉는 현상, 캐나다 몬트리올은 30년간 부채 갚았죠
올림픽의 저주
올림픽의 저주란 올림픽 개최국이 대회 후 빚더미에 앉거나, 그에 준하는 위기 상황을 겪는 것을 뜻해요. 대표적인 사례가 1976년 열린 캐나다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입니다. 직전 올림픽인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보안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또 몬트리올은 과거 프랑스 식민지여서 주민 대부분이 프랑스어를 쓰고 캐나다에서 분리독립하자는 운동도 벌어지는 퀘벡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어요. 결국 몬트리올은 10억달러가 넘는 빚을 지며 파산 직전까지 몰렸고, 30년이 지난 후에야 모든 부채를 갚았다고 합니다.
- ▲ 1976년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당시 주 경기장으로 사용된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 재정난을 겪던 몬트리올은 주 경기장의 일부분만 지은 채 올림픽을 진행했고, 스타디움은 올림픽 후 11년이 지나서야 완공됐어요. /위키피디아
2004년 하계올림픽이 열린 그리스 아테네도 올림픽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아테네는 올림픽 개최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도 고대 올림픽 발상지라는 점을 내세워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어요. 하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아테네의 특성상 경기장 등 스포츠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 대부분 시설은 그대로 방치됐고, 아테네는 물론 그리스 국가 재정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했어요. 그리스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올림픽의 저주가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 무리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화려한 외형에 집중해 새 경기장을 마구 지으면서도 올림픽이 끝난 이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올림픽을 개최한 나라들의 실제 개최 비용은 예상보다 176%, 즉 2배 가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올림픽의 저주를 피한 곳은 없을까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은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도시의 존재를 세계에 널리 알린 좋은 사례로 꼽혀요. 당시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신축을 최소화했고, 선수촌을 비롯한 각종 시설을 임시 건물로 지은 뒤 대회 직후 철거해 관리비를 대폭 줄였어요. 또 경기가 열렸던 스키장은 트레킹과 하이킹 코스로 개발하고,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실내축구 경기장과 콘서트홀로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인구 2만6000명 소도시 릴레함메르는 연간 관광객 35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죠. 결국 올림픽 유치가 기회가 될지, 저주가 될지는 개최 도시의 현실에 맞는 예산 책정과 꼼꼼한 사후 계획에 달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