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오바마 포스터, 힐러리 글씨체… 후보자에 대한 관심 높였어요

입력 : 2020.04.22 03:00

선거와 디자인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HOPE' 포스터(위).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HOPE' 포스터(위). 아래는 2016년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캠페인 로고를 비틀어 만든 '힐베티카' 서체입니다. /위키피디아·트위터 캡처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열렸습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투표가 탄생시킨 중요한 제도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잔치죠. 그런데 선거에서도 디자인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일단 후보자는 유세 기간에 디자인을 활용한 각종 알림물이 필요해요. 슬로건, 로고, 포스터, 광고물 등이죠. 21세기에 가장 유명한 선거 알림물을 꼽는다면 아마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일 거예요. 유명 그라피티 디자이너인 셰퍼드 페어리가 디자인한 포스터 '희망(HOPE)'은 빨강, 파랑, 베이지, 회청색 단 네 가지 색을 이용해 오바마의 얼굴을 표현하고, 하단에는 오직 'HOPE'란 문구만 새겼죠. 이 디자인은 흑백 혼혈인 오바마의 이미지를 독특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오바마 역시 흑인도 백인도 아닌, 모든 인종을 통합한 듯한 이 초상화에 대단히 흡족해했다고 해요. 이 포스터는 오바마의 공식 포스터로 쓰이며 그의 당선을 견인했다고 합니다.

후원 상품의 디자인도 빠질 수 없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슬로건이 박힌 빨간 모자를 쓰고 유세에 나섰습니다. 45달러짜리 이 모자는 지금까지 100만개 이상 팔리며 5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죠. 선거 관련 굿즈(기념품)로는 기념비적인 결과입니다. 같은 시기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의도치 않게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파란색 H 형상에 붉은 화살표를 중간에 넣어 진취적인 느낌을 의도한 힐러리의 캠페인 로고는 오히려 진부해 보인다는 야유를 받았어요. 디자이너 릭 울프는 이 로고를 비틀어 '힐베티카'란 서체를 만들었죠. 기성 서체의 대명사인 '헬베티카'에 빗대어 위트 있게 반감을 표현한 이 서체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면서 오히려 힐러리 측이 적극적으로 공유를 권했답니다. 화제를 모으는 게 중요한 선거판에서 나온 아이러니한 디자인이죠.

선거의 끝은 결과 발표입니다. 주로 해당 지역을 색칠해 점유율을 비교하는데요. 인구밀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의석수는 동일하게 한 개이지만 지도상에서 물리적인 넓이는 크게 차이 납니다. 그래서 세계 선거 발표에서 최근 활발하게 활용되는 디자인 방식이 '카토그램(cartogram)'입니다. 카토그램은 의석수나 선거인단 수, 인구 등의 특정한 데이터 값의 변화에 따라 지도의 면적이 왜곡되는 그림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선거구가 49개인 서울은 실제 면적보다 크게, 선거구가 8개인 강원도는 실제 면적보다 작게 표시됩니다. 이렇게 디자인은 선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