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프랑스 파리 센강 위에 있는 작은 섬… 기원전 2세기 파리지족의 첫 정착지

입력 : 2020.04.22 03:00

시테섬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 시테섬의 노트르담 성당에서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노트르담 성당 화재 1주년을 맞이해 지난해 참사를 되새기고,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죠. 노트르담 성당은 2024년 파리올림픽 전까지 복원을 목표로 복구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예요.

시테섬은 센강에 있는 면적 0.22㎢의 하중도예요. 하중도는 하천의 방향이나 폭이 변하는 지점에서 하천의 유속 감소로 자갈이나 모래가 쌓여 형성된 퇴적지형이에요. 초기 하중도에 풀과 나무 등 식생이 정착하고, 퇴적물이 추가로 쌓여 섬 지면이 높아지면 홍수에도 잠기지 않아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이 돼요.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 /위키피디아
시테섬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의 역사가 시작된 곳입니다. 기원전 2세기, 골루아인의 한 부족인 파리지족이 시테섬으로 이주했어요. 파리지족은 시테섬 주변에 성벽을 두르고 섬과 건너편 땅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어요. 이후 로마인이 시테섬을 점령했고, 시테섬을 '루테티아 파리시오룸'이라 불렀는데, 이 지명이 파리로 이어졌어요. 로마시대 때 시테섬은 센강을 활용한 교역의 중심지로 성장했고, 6세기에는 프랑크 왕국의 궁전이 있는 정치적 중심지가 됐어요. 9세기에는 바이킹 공격을 막기 위한 군사 요충지로 활용됐고, 13세기엔 노트르담 대성당, 생트 샤펠 성당을 비롯한 20개가 넘는 가톨릭 종각이 위치하며 종교적 중심의 기능도 담당했어요.

시테섬에는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하중도인 생 루이섬과 연결된 다리를 포함해 다리가 총 9개 있어요. 이 중 가장 유명한 다리는 수많은 명화와 영화의 배경이 된 퐁 뇌프예요. 퐁 뇌프(Pont Neuf)는 '새로운 다리'라는 의미이지만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예요. 1604년에 완성된 퐁 뇌프는 오랫동안 파리의 중심 통로 역할을 했어요.

시테섬은 많은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어 기존 건물을 허물거나 새로운 건물을 짓기 어려운 장소예요. 그래서 사람이 살지 않는 '기념물이 된 섬'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최근에는 중요한 가치를 지닌 건물은 그대로 두면서 도심 활용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를 개발하여 서로 연결하는 '시테섬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에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