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1818년 출간된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인간다움'이 무엇인가 묻죠
입력 : 2020.04.15 03:00
프랑켄슈타인
나처럼 흉측한 괴물을 하나 더 만들어주시오. 물론 우리는 세상과는 완전히 절연하고 살게 되겠지만, 그 때문에 서로에게 더욱 애착을 가질 것이오. 부디 나를 행복하게 해주시오.
- ▲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1931)의 포스터. 1818년 출간된 '프랑켄슈타인'은 현재도 영화·연극·뮤지컬 등의 소재로 자주 활용됩니다. /IMDB
명문 귀족 출신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의 '발생과 원인'을 밝히려고 애쓰던 과학자였어요. 세계가 창조된 이래 가장 현명했던 자들이 연구하고 꿈꾸어 온 것, 즉 무생물에 생명을 입히는 비밀을 알아낸 빅터는 사람들의 시체 조각들을 덧대어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켜요. 물론 빅터는 아름다운 생명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팔다리의 비율을 잘 맞추고, 신체 여러 부분 중 아름다운 것만 골라 생명체를 만들었죠. 하지만 결과물은 아름다움이라고는 없는, 오히려 더 끔찍해 보일 뿐인 존재였어요.
자신이 만들었지만 흉측한 몰골에 공포와 역겨움을 느낀 빅터는 도망쳐 버리고 말아요. 버려진 괴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주인도 도망치고, 길마저 잃어버린 괴물은 한 농가로 흘러들고, 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인간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해요. 부의 분할과, 거대한 부와 비참한 가난, 그리고 계급과 가문, 귀족에 관해서도 알게 되죠. 한마디로 세상의 부조리를 터득하게 된 셈이에요.
그럼에도 괴물은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오직 생김새로만 그를 판단했어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던 괴물은 방화, 살인을 저지르며 빅터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기에 이릅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괴물에게 빅터는 "이 악마야, 어딜 감히 나한테 다가오느냐?"라며 목소리를 높이지만, 괴물의 대답은 단호해요. "당신, 나를 만든 이여. 당신은 자신의 피조물인 나를 미워하고 멸시하지만, 나와 당신은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풀릴 끈으로 묶여 있소." 이런 장면 때문인지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이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진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그런가 하면 점차 곁을 내어 주는 친구와 이웃이 사라진 세상, 즉 인간다움이 사라진 현실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기도 해요. 빅터가 만든 괴물은 자신을 만든 존재로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에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예요. 누구에게나 기쁠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함께 울어줄 친구만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한 곳일 텐데 말이죠. '프랑켄슈타인'이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인간 존재 자체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