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여섯 살 '해수'와 강아지 '철수'… 기쁨과 슬픔 함께하는 친구죠

입력 : 2020.04.10 03:07

철수 이야기

상수탕 글·그림|돌베개|224쪽|1만2000원

어릴 적 저의 집에는 절친한 친구가 살았습니다. 그 친구는 고운 황색 털을 가진 어린 진돗개였죠. 아침이면 아버지의 조간신문을 현관에 대령하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높은 장독대에서 목을 빼고 저를 반겼어요. 가족이 된 반려동물은 웃음과 눈물, 감동과 아픔을 같이하기도 해요.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그들은 진짜 우리의 친구랍니다.

철수 이야기 책 속 일러스트
/돌베개

오늘 소개하는 '철수 이야기'는 소년 '해수'와 강아지 '철수'의 우정을 담은 그래픽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입니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포근하고 사실적인 그림과 경쾌하고 짭조름한 이야기로 독자를 미소 짓게 하지요. 여섯 살 해수는 곧 태어날 동생으로 인해 엄마와 떨어져 시골 할아버지 집으로 왔습니다. 복숭아꽃이 활짝 핀 따뜻한 봄날, 해수는 마당에 묶인 귀여운 래브라도 레트리버와 만납니다. 첫눈에 해수와 강아지는 친구가 됐지요. 해수는 자신의 이름 중 '수'라는 글자를 넣어 강아지의 이름을 '철수'로 짓습니다.

그렇게 둘은 단짝이 됩니다. 뒷동산을 오르고, 냇가에서 첨벙거리고 텃밭과 과수원도 둘의 놀이터였지요. 숲은 보물이 가득한 둘만의 비밀 아지트였어요. 그들은 연둣빛 새순을 따먹고, 태양 아래 까맣게 익어갔어요. 구수한 쇠죽 냄새의 길을 걷었고 모두가 행복할 만큼의 눈이 쌓이면 손으로 뭉치며 "뽀드득" 소리를 냈죠. 해수의 시간은 철수로 채워졌고, 철수의 기억은 해수로 찰랑거렸어요.

'철수 이야기'는 보석처럼 빛나는 여섯 살 해수와 강아지 철수의 1년 사계절을 스케치했습니다. 언덕 위에 앉아 마을을 바라보는 그들의 풍경이 오래도록 맴돕니다. 여러분도 해수와 철수 같은 친구가 보고 싶으신가요.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