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EU 주요 기관이 모인 '유럽의 수도'… 네덜란드어·프랑스어 공존한대요

입력 : 2020.04.08 03:00

브뤼셀

지난 1일,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의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유럽의회 건물 중 일부를 임시 병원 등으로 사용할 것을 브뤼셀 당국에 제안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유럽의회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방문객도 금지하고 있어 대부분 건물이 비어 있기 때문이죠.

브뤼셀은 벨기에의 수도로, 약 110만명이 살고 있어요. 나아가 브뤼셀은 유럽의 수도라 불려요. 유럽연합(EU)의 주요 기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의 국제기구가 모여 있기 때문이에요. 브뤼셀 시내 동쪽 로이거리는 EU 집행위원회, 유럽이사회, 유럽의회 등 EU 관련 기관들이 밀집되어 EU 지구라 불리기도 해요. 2016년 국제협회연합(UIA)에 따르면, 브뤼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회의를 개최한 도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벨기에 브뤼셀의 대표적인 명소인 그랑팔라스 광장.
벨기에 브뤼셀의 대표적인 명소인 그랑팔라스 광장. /위키피디아
브뤼셀은 유럽 통합의 상징이에요. 1965년 브뤼셀 조약의 가결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로 통합됐어요. 이때 유럽공동체의 본부가 브뤼셀에 위치해요. 브뤼셀은 라틴 문화와 게르만 문화의 교차점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유럽의 주요 대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으며, 교육과 문화 인프라가 충분하기 때문이었죠. 또한 이른바 유럽의 '빅 3'라 불리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의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회원국 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도 작동했어요.

그렇지만 브뤼셀은 언어의 전쟁터와 같아요. 벨기에 북부 지역인 플랑드르(620만명)는 네덜란드어를 사용하고, 남부 지역인 왈로니아(340만명)는 프랑스어를 사용해요. 수도인 브뤼셀은 북부 플랑드르 지역에 있지만 모든 공공시설에서 두 언어를 공평하게 함께 사용하는 독특한 곳이에요. 그러나 두 언어 집단 간의 갈등의 골이 깊기 때문에 늘 긴장이 흐르는 장소이기도 해요. 1830년 네덜란드로부터 분리 독립할 때 브뤼셀은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도시였어요. 그러나 수도로 지정되며 프랑스어 사용자가 대거 이주했어요. 당시 프랑스어는 유럽에서 국제어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상공업자들이 많이 사용하던 언어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북부 플랑드르 주민들은 브뤼셀을 자신들의 '잃어버린 수도'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해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