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시장에서 사고 팔린 흑인 노예들… 우리처럼 꿈을 가진 '사람'이었죠

입력 : 2020.04.03 03:01
자유 자유 자유|애슐리 브라이언 글·그림|원지인 옮김|보물창고|56쪽|1만6800원

어린 시절, 아빠의 월급날이면 장난감 가게로 달려갔어요. 진열대에 놓인 크고 멋진 장난감에 눈을 못 떼면 엄마는 "이건 다음에"라고 하셨죠.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물건마다 가격이 다르다는 것을 차츰 깨달았답니다. 장난감 가게는 제게 상품의 교환가치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곳이었지요.

'자유 자유 자유'
/보물창고
1928년 미국의 페어차일즈가의 농장에서 소, 돼지, 목화 등을 팔겠다는 재산 감정서가 나왔어요. 그런데 팔겠다는 물건에 흑인 노예 11명도 포함됐어요. 암말 한 마리 가격이 100달러였는데, 흑인 여자 한 명도 100달러였어요. 그 당시 수많은 미국의 백인들은 흑인 노예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저 실컷 부리다 필요 없어지면 시장에 내다 파는 재산이었어요.

'자유 자유 자유'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흑인 차별에 관해 목소리를 내온 작가 애슐리 브라이언의 대표작입니다. 작가는 어느 날 1820년대부터 1860년대까지의 노예 관련 문서를 발견했어요. 흑인 노예가 동물, 목화 솜, 맷돌 등과 같이 판매 목록에 적힌 것을 보자 터질 것 같은 슬픔과 분노가 밀려왔지요. 목록엔 노예의 이름과 가격만 쓰여 있었죠. 애슐리 브라이언은 이 낡은 감정서에 올라 있는 11명을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되살려 냈어요. 약초로 아이의 상처를 싸매주는 페기 아주머니, 남다른 손재주로 멋진 오두막을 짓는 스티븐 아저씨, 솜씨 좋은 바느질로 칭찬받는 제인 이모, 그리고 남몰래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 존. 그들은 지금의 우리처럼 웃고 울고 아파하고 꿈꾸는 사람이랍니다. 흑인 노예들은 거친 노동과 학대로 얼룩진 비참한 생활에서도 함께 노래했어요. "오, 자유, 자유, 나에게 자유를 주소서!" 이제 사람을 물건처럼 팔고 사는 세상은 사라졌죠. 인권을 억압하고 거래하는 곳이 진정 인간이 사는 세상이라 할 수 없으니까요.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