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34] '나누다'와 '노느다'

입력 : 2020.04.02 03:00
* 국무총리가 담화에서 콩 한 쪽도 나눈다는 심정으로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자고 말하였다.

* 엄마는 주꾸미 한 박스를 사서 이모네랑 반씩 노났다고 하셨다.

위 예문에서 '나눈다'의 으뜸꼴 '나누다'와 '노났다'의 으뜸꼴 '노느다'는 둘 다 표준어입니다. 흔히 '노나 먹자' '노났어'라는 말을 들으면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특정 지역 방언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나누다'와 '노느다'를 비교하여 알아봅시다.

[예쁜 말 바른 말] [134] '나누다'와 '노느다'
/그림=정서용
먼저 '나누다'는 '하나를 둘 이상으로 가르다'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을 구분하여 분류하다' '나눗셈을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이 사과를 세 조각으로 나누자'와 같이 써요. 또 '몫을 분배하다' '음식 따위를 함께 먹거나 갈라 먹다' '말이나 이야기, 인사 따위를 주고받다' '즐거움이나 고통, 고생 따위를 함께하다' '같은 핏줄을 타고 나다'라는 뜻이 있어요. 참고로 '나누어떨어지다'라는 말은 '나눗셈에서 몫이 정수로만 되고 나머지가 없게 되다'라는 뜻을 가진 수학 전문어로, 한 단어이므로 모든 음절을 붙여 적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지요?

다음으로 '노느다'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물건 따위를 여러 몫으로 갈라 나누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순우는 동생과 사탕을 똑같이 노났다'와 같이 써요. 간혹 '노누다'로 잘못 아는데, 이는 틀린 표현으로 '나누다'와 혼동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해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나누다'는 '노느다'보다 쓰임새가 훨씬 더 넓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예시〉

―이번 판매 이익금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나누어야 불만이 생기지 않을 거야.

―언제 한번 말씀을 나누고 싶은데, 시간 좀 내 주시겠어요?

―고향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6학년 담임교사 기피 풍토로 지난 학년도에는 다섯 반이던 6학년을 여섯 반으로 나누어 학급을 편성했다.

―엄마는 우리 형제들에게 다투지 말고 모두 똑같이 노나 먹으라고 항상 타이르셨다.

―살림꾼인 엄마는 제철에 난 양파를 한 상자 사서 옆집과 같이 노났어요.

―할아버지 유언에 따라 6남매가 시골에 있는 땅을 똑같이 노났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