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푸른색·흰색 교차하는 4분할 원, 바이에른주 문장에서 유래

입력 : 2020.03.25 03:00

BMW 로고

지난 4일 독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 BMW가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습니다. 기존 로고의 형상은 유지했지만 'B·M·W' 알파벳이 배치된 검정 면이 투명하게 바뀌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알파벳이 배치된 면을 검은색으로 처리한 것은 1916년 창사 이래 바뀌지 않았는데요, 지난 1997년 이후 23년 만에 새 로고를 만들면서 이 검은색 배경이 처음으로 투명해진 것이죠. BMW에 따르면 이는 개방성과 명확성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디지털 환경에 대응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로고를 간결하게 바꿀수록 다양하게 변형해서 쓰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지난 4일 발표된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새로운 로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테두리 부분이 검은색에서 투명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4일 발표된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새로운 로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테두리 부분이 검은색에서 투명으로 바뀌었습니다. /BMW
BMW의 1916년 창업 당시 이름은 '바이에리셰 플루크초이크베르케 AG(Bayerische Flugzeugwerke AG)'라는 이름이었죠. 이듬해인 1917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답니다. 영어로는 '비엠더블유', 독어로는 '베엠베'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지만 사실 BMW는 약칭입니다. 정식 명칭은 '바이에리셰 모터렌 베르케 AG(Bayerische Motoren Werke AG)'예요. 바이에리셰는 BMW가 태어난 독일의 바이에른주, 모토렌은 자연 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바꾸어 동력을 만드는 장치인 원동기, 베르케는 공업사를 지칭합니다. 즉 한국어로 옮기면 '바이에른 원동기 공업사'인 셈이지요.

왜 하필이면 '원동기'였을까요. BMW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엔진을 독일 공군에 공급하던 군납 업체였어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을 내놓은 건 1923년 바퀴 두 개 달린 모터사이클 'BMW R32'가 최초였고, 1928년 아이제나흐 자동차 공장을 인수해 이듬해부터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비로소 자동차 회사가 됐어요. 한때 자금난에 빠져 메르세데스-벤츠에 인수 합병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독일의 대부호이자 BMW의 대주주였던 크반트(Quandt) 가문이 사재를 털어 회사를 인수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지요. 이후 주요 자동차 모델인 3, 5, 7시리즈가 큰 반향을 부르면서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어요.

BMW 로고를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로고 내부 원을 4등분 한 모습이 BMW의 뿌리인 항공기 엔진과 관련된 프로펠러에서 나왔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바이에른주의 공식 문장을 딴 것이에요. 바이에른주의 문장에는 푸른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패턴이 있는데, 패턴 속 색의 순서를 변형해 만든 게 4분할 원의 시초랍니다.

이번에 바뀐 새로운 로고는 BMW의 전기차 i4의 콘셉트 차량에 처음으로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떤 형식으로 쓰일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는 아직 없답니다. 차량, 광고, 액세서리 등 다양한 부분에 활용될 BMW의 여섯 번째 로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진화시킬지 궁금해집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