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150개의 운하로 이어진 '물의 도시'…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고 있대요

입력 : 2020.03.25 03:00

베네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26만여 명이 사는 중소도시입니다. 연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곳이에요.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수질이 근본적으로 개선됐다기보다는 운하 통행량 감소로 퇴적물이 바닥에 쌓여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대운하 '카날 그란데'의 모습.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대운하 '카날 그란데'의 모습. /픽사베이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동부 베네토주의 주도예요. 아드리아해 해안에 형성된 550㎢의 호수 안에 흩어진 118개의 섬과 주변 연안 지역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라고 불려요. 섬들이 403개 다리와 150개 운하로 연결돼 매우 독특한 해상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에요. 수상 택시와 수상 버스가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죠. 사공이 노를 젓는 곤돌라는 과거에는 주된 교통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관광용으로 활용해요.

현재 베네치아가 위치한 곳은 원래 갯벌이었어요. 6세기 말, 이곳에 이민족의 침입을 받은 피란민들이 이주하여 마을을 형성했어요. 이들은 바다 쪽으로 주거 지역을 확장하면서 갯벌 점토층에 말뚝을 박고, 그 위로 나무와 벽돌을 몇 겹으로 쌓아 인공 지반을 형성했어요. 이 인공 지반 위에 건물을 세우면서 지금의 베네치아가 만들어졌어요.

697년부터 1100년 동안 존재한 베네치아 공화국은 상인들의 나라였어요. 베네치아 주민들은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이 생선과 소금밖에 없어 상업에 전념했어요. 베네치아는 동쪽의 이슬람 세계와 서쪽의 가톨릭 세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크게 성장했어요. 베네치아는 경제활동에 가장 적합한 법과 제도도 갖추고 있었어요. 자본을 투자하고 기여 정도에 따라 수익을 나눠 갖는 제도인 '콜레간차', 금과 은 함유량이 일정해 인도에서도 통용되던 통화 '두카트' 등이 대표적이에요. 그래서 베네치아를 자본주의의 탄생지라고 여기기도 해요.

베네치아는 지반침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매년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요. 이탈리아 정부는 약 7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해수 유입을 막을 '모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조수 흐름을 막는 10층 높이의 가변 인공 장벽을 설치하는 계획이에요. 2003년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자연 훼손과 부정부패 등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에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