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우리나라에선 '맥'으로 불려… 조선 후기 민화에도 등장하죠

입력 : 2020.03.20 03:05

테이퍼

지난달 중남미 니카라과의 한 동물원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테이퍼 새끼가 태어나 주목을 받았어요. 새끼의 성별은 암컷으로, 밸런타인데이(2월 14일)가 있는 2월에 태어나서 이름을 '밸런티나'로 지었다고 해요. 니카라과는 정글 파괴와 사냥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테이퍼 보존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는데, 미래에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면 발렌티나를 비롯한 테이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테이퍼에는 남아메리카테이퍼, 마운틴테이퍼, 베어드테이퍼, 말레이언테이퍼 등 4개의 종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 위기종 또는 취약종으로 기재되어 있어요. 말레이언테이퍼는 동남아시아의 특산종이고, 나머지 3종은 중남미에 분포합니다.
테이퍼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며, 외형은 하마와 코끼리, 돼지 등을 닮았습니다. 긴 주둥이를 이용해 높은 나무에 달린 과일과 잎을 잡아당겨 먹어요.
테이퍼는 중남미와 동남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며, 외형은 하마와 코끼리, 돼지 등을 닮았습니다. 긴 주둥이를 이용해 높은 나무에 달린 과일과 잎을 잡아당겨 먹어요. /위키피디아
테이퍼는 국가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라요. 중국과 일본은 맥(貘·짐승 이름 맥)이라는 한자를 자국의 언어로 발음합니다. 중국은 '무아', 일본은 '바쿠'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에서도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여 '맥'이라고도 불러요.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의 민화에서 등장하는데, 코끼리와 곰이 합쳐진 동물로 묘사되고 있어요. 태국의 산악 원주민 사이에는 신이 동물을 만들다가 남은 부분을 모아서 이 동물을 만들었다는 전설도 있어요.

테이퍼는 몸길이는 180~250㎝, 체중은 225~300㎏이에요. 외형은 언뜻 보면 하마나 코끼리, 돼지 등을 닮았습니다. 몸체는 정면에서 보면 무성한 덤불을 헤치고 앞으로 전진하기 적합한 유선형이고, 주둥이(코와 윗입술)가 긴 모습이 이 동물의 특징이에요. 눈은 크기가 작고, 덤불이나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피부 안쪽으로 약간 들어가 있어요.

마운틴테이퍼는 해발 2000~4400m의 고지에서 서식하고, 그 이외의 3종은 이보다 낮은 지대에서 서식해요. 서식 환경은 모두 하천과 습지 주변의 정글이나 열대우림이 있는 지역이에요. 낮에는 덤불이나 물에서 휴식을 취하고, 야간에 풀, 수초, 나뭇잎, 작은 나뭇가지, 과일 등을 찾는 야생성 동물이에요.

테이퍼의 시력은 좋지 않지만, 청각과 후각이 잘 발달하였어요. 긴 주둥이에 달린 코는 사방으로 유연하게 움직이며 냄새를 탐지하고, 높은 나무에 달린 과일이나 잎을 잡아당겨 먹는 데 사용합니다. 테이퍼는 배설물을 통해 식물들의 씨앗을 퍼뜨리기 때문에 '숲의 정원사'로도 불립니다. 테이퍼는 3~5세에 성적으로 성숙하며, 암컷이 수컷보다 1~2년 빨라요. 암컷은 보통 2년마다 임신을 해요. 임신 기간은 약 13개월(약 400일)이며, 1회에 1마리를 낳아요. 새끼는 태어날 때, 멧돼지 새끼처럼 진한 갈색 바탕에 흰색의 점과 줄무늬가 있고, 생후 6개월쯤 지나면 없어져요. 수명은 25~30년이에요.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