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태어난 곳이 다른 동물은 저리가! 차별과 편견에 갇힌 어른 펭귄들
입력 : 2020.03.20 03:07
밀어내라
이상옥 글|조원희 그림|한솔수북|52쪽|1만4000원
오랫동안 우리 아이들에게 최고 인기 캐릭터는 뽀로로였지요. 그런데 요즘은 펭수가 그 자리를 위협한다네요. 펭귄의 인기는 정말 끝이 없나 봅니다. 똥똥한 체구와 짧은 두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만으로도 사랑스럽지요. 하지만 실제 펭귄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네요. 남극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펭귄은 매일 고단한 삶을 삽니다. 알과 새끼를 노리는 도둑 갈매기를 조심해야 하고, 포식자인 물범의 공격도 경계해야 합니다.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면 꼼짝없이 머리를 숙이고 차가운 눈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지요.
이내 어른 펭귄들은 얼음 끝에 멈추더니 일제히 빨간 막대기를 쭉 뻗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불쌍한 무리를 향해 무섭게 소리칩니다. "밀어내라! 밀어내라!" "태어난 곳이 다른 동물들은 오지 마라!" 큰 얼음 덩어리를 차지한 어른 펭귄들이 아주 작은 얼음 덩어리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가여운 동물들을 저지합니다. 자신들은 크고 넓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밀어내라'는 표류하는 난민 이야기입니다. 어른 펭귄들의 집단행동은 공존과 배려를 모르는 공동체 이기주의를 상징하지요. 저자는 약하고 낯선 타자(他者)라는 이유만으로 자기 영토를 내주지 않으려는 못되고 어리석은 어른들의 행동을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어른들 모습을 바라본 아기 펭귄들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힌트는 '쩌저적!'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로 대신하겠습니다. 아이들이 펭귄을 좋아하는 것은 서로 돕고 나누는 착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라네요. 자신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납고 못된 펭귄이라면 아이들이 좋아할 리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