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존 밀턴의 '실낙원' 속편… 유혹하는 악마와 이겨내는 예수 그렸죠
입력 : 2020.03.18 03:00
복낙원
- ▲ 존 밀턴의 '복낙원'에 수록된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삽화. 악마(오른쪽)가 예수에게 신의 아들인 것을 증명하려면 돌로 빵을 만들어보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위키피디아
17세기 영국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존 밀턴(1608~1674)은 '실낙원'의 작가로 유명해요. 그런데 그 명성에 못지않은 작품이 또 하나 있어요. 바로 위의 문장으로 시작하는 '복낙원'이죠. '한 인간의 불순종으로 인해 상실된 행복의 동산'을 노래한 작품은 '실낙원', '한 인간의 확고한 순종에 의해 온 인류에게 회복된 낙원'을 노래한 작품은 '복낙원'입니다.
'실낙원'과 '복낙원'은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독교 경전인 '성서'의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실낙원'에 등장하는 '한 인간'은 최초의 인간으로 알려진 '아담'이에요. '성서'는 아담과 하와(이브)가 신이 먹지 말라고 한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낙원인 에덴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 결과로 온 인류가 타락했다고 증언해요. 낙원을 벗어난 두 사람의 앞길은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같지만, 누군가 자신들을 구원해 줄 거라는 믿음만큼은 잃지 않아요.
이상이 '실낙원'의 대략적인 내용인데요, 밀턴은 속편인 '복낙원'에서 아담과 하와로 대표되는 인류를 구원하는 주인공을 선보입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지요. 밀턴은 인간을 유혹하는 악마와 이를 물리치는 예수의 격렬한 논쟁을 4편 2070행으로 구성된 서사시로 보여줍니다. 그 자신이 굳은 신앙의 소유자였던 밀턴은 '복낙원' 서두에서 예수가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아줄 거라며 이렇게 말해요. "하나님의 아들에게 승리와 기쁨 있을지라… 모든 지옥의 술책은 수포로 돌아가고 모든 악마의 음모는 허무해지리라."
하지만 악마도 만만치 않아요. 악마는 "그대, 어떤 불운 때문에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소"라고 물어요. 신이 어떻게 작디작은 인간의 몸을 입고 세상에 태어났느냐는 비아냥거림이죠. 덧붙여 "단신으로 이곳에 들어왔다가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 시체로 남지 않고 돌아간 자 없소"라고 말해요. 신은 죽지 않지만, 인간의 몸으로 태어난 이상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죠. 그 외에도 악마는 수많은 말로 예수를 공격하지만, 그는 모든 공격과 유혹을 이겨내지요.
'복낙원'은 기독교의 구원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꼭 종교라는 틀에 갇혀 해석할 필요는 없어요. 수많은 곤경과 난관을 만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요. 자신의 목표에 대한 확신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음을 '복낙원'은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