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대문엔 '문전신' 부엌엔 '조왕신'… 집지킴이 신 모신 우리 조상들

입력 : 2020.03.17 03:00
우리는 집지킴이야!|최미란 글·그림|사계절|28쪽|1만2000원

집은 편안하고 안전한 곳입니다. 찬 바람 불고 위험한 밖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곳, 지친 심신을 쉴 수 있는 곳, 다음 날 활동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집이죠. 그렇게 중요한 곳이니, 누군가 집을 지켜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요?

'우리는 집지킴이야!'
우리 선조들은 집 안 곳곳에 그곳을 지켜주는 신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집 안의 신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지요. 대문을 지키는 신은 '문전신'입니다. 문전신 덕분에 이 대문으로는 귀한 손님과 좋은 복만 들어올 수 있죠. 농사를 짓던 집에서는 소가 무척 중요한 식구였어요. 그래서 외양간을 지키는 '우마신'이 따로 있답니다. 부엌에는 음식 맛을 지켜주는 '조왕신'이, 장독대에는 장맛을 지키는 '철륭신'이 있어요. 둘 다 먹을거리에 관련된 신이지만 부엌에 필요한 것은 불을 잘 다루고 음식이 썩거나 지저분해지지 않게 하는 것이고 밖의 장독대에 필요한 것은 좋은 날씨와 정갈한 관리니까, 서로 역할이 다르지요.

곳간은 온갖 음식과 농사지을 씨앗이 보관되어 있는 보물 창고예요. 그러니 따로 담당하는 신이 있어야겠죠. 그 신의 이름은 '업신'입니다. 아이를 점지해주어 식구를 만들어내는 것은 '삼신'이고요. 이 집 지킴이 신 중 가장 어른은 '성주신'이에요. 그리고 이 집이 올라앉은 터를 지키는 신은 '터주신'이지요. 화장실을 지키는 '측간신'은 우리가 마음을 너무 놓아서 사고가 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도록 도왔어요.

사람들은 신을 모시는 마음으로 집을 살피고 가꾸었답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지요. 집을 지키는 신들은 무턱대고 집을 지켜주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집을 지키는 신이 노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안팎을 가꾸고 돌보았어요. 그 집에서 평안을 얻은 것은 결국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이니, 신은 '정성'의 다른 이름 아닐까요?


박사 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