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내가 뚱뚱한 게 뭐가 어때서? '당당함'으로 세상에 맞서다
덤플링
줄리 머피 글|심연희 옮김|살림|508쪽|1만4000원
'덤플링'은 한 소녀의 내면적 성장기를 담고 있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제목 '덤플링(Dumpling)'은 '만두'라는 뜻으로, 영어권에선 뚱뚱한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는 속어로도 쓰이는 말입니다. 주인공 윌로딘 딕슨은 뚱뚱한 몸을 가진 소녀입니다. 윌로딘의 엄마는 젊은 시절 미인대회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에, 아직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분이죠. 하지만 그렇게 자상하거나 현명하진 못한 분이에요. '만두'라는 유쾌하지 않은 별명도 바로 엄마가 붙여줬으니 말이죠.
자존감이 바닥을 칠 만한 가정환경이지만, 윌로딘 곁엔 다행히 루시 이모가 계셨어요. 지혜로운 이모 덕분에 윌로딘은 외모로 인해 주눅이 드는 일 없이 성장해갈 수 있었죠. 주인공은 언제나 이렇게 당당합니다. "난 언제나 생각한다. 내가 뚱뚱하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어?"
그러던 어느 날 윌로딘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조각 미남 보를 만나요. 보가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오지만 윌로딘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이런 보 때문에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갑니다. 게다가 처음 경험하는 이런 혼란스러움을 함께 나눌 루시 이모까지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렸죠. 윌로딘에겐 삶의 나침반이 사라진 셈이죠.
- ▲ 소설 ‘덤플링’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동명 영화의 한 장면. /넷플릭스
그러다 윌로딘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자신에게 기상천외한 처방을 내려요. 미인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내버린 거예요. 세상이 기준으로 제시하는 '정상적'이고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맞서기 위해서 말이죠. "우리 엄마는 네가 미인대회에 참가하는 게 너무 좋대. 용감하다고 했어." 친구가 칭찬하자 윌로딘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내가 참가하는 게 용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진 않았다. 난 그게 평범한 일이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누가 뭐라 해도 우리는 모두 저마다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