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31] '나지막하다'와 '느지막하다'

입력 : 2020.03.12 03:00
*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나즈막이, 나즈막히, 나지막이, 나지막히) 잔기침을 할 때에도 주변 사람들 눈치가 보인다.

* 쉬는 날에는 (느즈막이, 느즈막히, 느지막이, 느지막히)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예쁜 말 바른 말] [131] '나지막하다'와 '느지막하다'
/그림=정서용
위 두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매우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지요? 정답은 차례대로 '나지막이'와 '느지막이'입니다. '나지막이'와 '느지막이'는 '나지막하다'와 '느지막하다'의 부사어입니다. '-하다'가 붙는 어근 뒤라도 'ㅅ' 받침 뒤인 '깨끗이' '느긋이' '따뜻이' 등과 같이, 또 'ㄱ' 받침 뒤인 '멀찍이' '끔찍이' '고즈넉이' 등과 같이 '나지막히' '느지막히'로 쓰지 않고 '나지막이' '느지막이'로 쓰지요.

먼저 '나지막하다'는 '위치가 꽤 나직하다', '높이가 조금 낮은 듯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우리 동네에는 나지막한 건물이 많다'와 같이 써요. 또 '소리가 꽤 나직하다' '소리가 조금 작은 듯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다'와 같이 써요. 반대말은 '높지막하다'이고, 비슷한 말로 '나직하다' '작다' '낮다'가 있어요.

다음으로 '느지막하다'는 '시간이나 기한이 매우 늦다' '정해진 때보다 꽤 늦은 감이 있다'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느지막한 오후에 산행을 떠났다'와 같이 써요. 비슷한 말은 '늦다'가 있는데, 이와 연관하면서 '늦으막하다'로 착각하기도 하고 경북 지역에서는 '느즈막하다'로 쓰는 경우도 있으나, 모두 비표준어라 할 수 있어요.


〈예시〉

―골목길을 접어들자 어둠 속에서 나지막한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장기를 기증한 은인을 찾아 미국에서 온 소녀가 "고마워요"라고 서툰 한국말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금강을 끼고 나지막하게 형성된 연미산이 그의 작업장이자 생활 터전이다.

―울타리가 나지막했으나 꽤 튼튼해 보였다.

―긴급한 상황인데도 느지막하게 대처하는 당국에 시민들은 분노했다.

―가게 문을 느지막이 연다고 했지만,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말에 긴 줄이 늘어섰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