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얘들아! 순자가 '하루거리'에 걸렸나봐… 천진한 소녀들의 순자 구하기 대작전

입력 : 2020.02.28 03:07
하루거리

하루거리

김휘훈 글|그림책공작소|64쪽|1만3800원

'하루거리'는 주인공 순자와 동네 아이들의 우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70~80년 전의 옛날이에요. 순자는 왼쪽 발이 불편한 장애를 가진 아이였어요. 순자는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모두 세상을 떠나셨어요. 사랑스러운 동생들이 있었지만, 형편상 함께 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큰아버지 집에 더부살이하며 힘겹게 살아야 했어요. 순자는 어리지만 매일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일하지 않으면 꾀를 부린다고 혼이 났거든요. 매일 물을 길어야 했고, 나물을 캐고, 또 나물을 팔아야 했어요. 어린 순자에겐 고되고 힘든 일이었지요.

하지만 순자가 더 고통스러운 것은 남모르는 병 때문이었답니다. 하루는 괜찮다가도 다음 날이면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날이 계속 반복되었어요. 바로 '하루거리' 또는 '학질'이라고도 불리는 전염병이었어요. '하루거리'는 말라리아의 일종으로 모기가 옮기는 병입니다. 가난해 영양이 좋지 않고, 위생도 나빴던 시절 많은 아이가 걸렸던 질병이지요. 당시엔 마땅한 치료법도 없어 이 병으로 죽은 사람이 많았어요.

하루거리 책 속 일러스트
/그림책공작소

순자는 자신이 걸린 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매일 힘들어합니다. 동네 친구들은 이런 순자를 위해 자기들만의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순자를 도우려 합니다. "걱정하지 마! 하루거리는 뱀이 물어가니까!" "고약하게 맞서면 나을 거야!" "도둑 든 거야. 얼른 쫓아내면 돼!" 모두 한마디씩 하네요. 물론 친구들의 이런 정성과 관심이 순자의 병을 낫게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순자를 향한 동네 아이들의 엉뚱하지만 따뜻한 마음은 무척 감동적이에요.

'하루거리'는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지만, 아픈 한 사람을 위해 마음을 쓰고 노력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가난하지도 어렵지도 않지만, 타인을 위한 마음은 오히려 더 찾아보기 어려워졌어요. 이런 우리에게 순자와 친구들은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