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9] '구시렁거리다'와 '소곤거리다'

입력 : 2020.02.27 03:00
* 내 곁으로 살그머니 다가와 친구가 말했다. "뭘 그렇게 혼자 궁시렁거리고 있어?"

* 들뜬 표정을 한 소녀들이 소근거리며 다가왔다.

[예쁜 말 바른 말] [129] '구시렁거리다'와 '소곤거리다'
/그림=정서용
위 두 예문에는 틀린 말이 하나씩 있어요. 먼저 '궁시렁거리고'는 '구시렁거리고'를 잘못 쓴 말입니다. '구시렁거리다'는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하다'라는 뜻으로 주로 불만스러운 일에 대해 혼자서 중얼거리거나 투덜대는 사람의 행동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예를 들면, '아내는 무엇이 못마땅한지 돌아앉아서도 계속 구시렁거렸다'와 같이 써요. 비슷한 말로 '구시렁대다', '구시렁구시렁하다'가 있어요. 우리에게 더 익숙한 '궁시렁거리다'는 강원도 방언이므로 표준어인 '구시렁거리다'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다음으로 '소근거리며'는 '소곤거리며'를 잘못 쓴 말입니다. '소곤거리다'는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자꾸 가만가만 이야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동네 사람들이 군데군데 모여 낯선 아이를 보며 소곤거렸다'와 같이 써요. 비슷한 말은 '소곤소곤하다' '소곤대다'가 있어요.

동의어는 아니면서 어감의 차이가 있는 말로 '수군거리다'가 있어요. 즉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다'는 '소곤거리다'이고,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이야기하다'는 '수군거리다'입니다. '소근거리다'가 표준어가 아니듯, '수근거리다' 또한 표준어가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예시〉


―할머니는 최근 구시렁거리며 밤에도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다.

―삼촌은 아기 돌보는 일이 회사 일보다 훨씬 더 힘들다고 구시렁거렸다.

―빗소리 때문에 라디오도 소곤거리는 것처럼 들리니 소리 좀 키우면 좋겠다.

―귓속말로 친구와 소곤거리다 선생님께서 내 옆으로 가까이 오시는 것도 몰랐다.

―영화관에서는 작은 소리로 소곤거려도 옆 사람에게 피해가 된다.

―그녀는 뭐가 불만인지 아까부터 계속 구시렁거렸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