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편견·억압에 주눅 들었던 10대 소녀… 가슴 속 이야기 꺼내 세상에 맞서다

입력 : 2020.02.25 03:07
시인 X

시인 X

엘리자베스 아체베도 글|황유원 옮김
비룡소|500쪽|1만6000원

'시인 X'는 엘리자베스 아체베도라는 도미니카계 미국인 여성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첫 소설입니다. 이 책은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굉장한 반응을 얻는데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내셔널 북 어워드'를 받았고, 이어 영국의 카네기상 등 영미권 아동·청소년 문학의 대표적 문학상들을 석권했습니다.

주인공 시오마라는 미국의 가난한 동네인 할렘에서 사는 도미니카계 학생입니다. 시오마라는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어요. 키도 크고 몸집도 컸지요. 그런 시오마라에게 어머니는 자상하지 않았어요. 딸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는 지나치게 엄격한 종교적 교리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하퍼 콜린스
/하퍼 콜린스

시오마라는 이런 상황 속에서,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아도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주눅이 들곤 했어요. 시오마라는 일기를 쓰는 것으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일상을 버팁니다. 가슴에서 쏟아지는 말들을 거침없이 자유롭게 일기에 적었어요. 그런데 이 일기가 점점 시의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해요. 시오마라는 이렇게 생각하죠. "이따금 나는 내 생각들에 시라는 옷을 입혀 준다. 이 말들을 적고 나면 나의 세상이 바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 날 시오마라는 자신의 글을 보신 선생님의 권유로 '포에트리 슬램' 대회에 참가하게 돼요. 그것은 시와 랩을 결합한 새로운 낭독 방식으로 실력을 겨루는 대회였죠. 시오마라는 자신의 시를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공개하게 됩니다. '시인 X'가 되어 무대에 오른 시오마라는 자신을 향한 모든 억압과 편견에 맞서는 용감한 투사처럼 보입니다. 소설 '시인 X'는 진정으로 자신을 지키려면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와 함께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