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7] '볼썽사납다'와 '시답잖다'

입력 : 2020.02.13 03:00
*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으며 (볼썽사나운, 볼쌍사나운, 볼성사나운, 볼상사나운) 모습을 재연하는 국회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통을 터뜨렸다.

* 취직이나 결혼에 대해 묻는 친인척의 (시답잖은, 시덥잖은) 잔소리도 명절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고 한다.

위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볼썽사나운'과 '시답잖은'입니다. 많은 사람이 잘못 쓰는 말이므로 정확히 알아두면 좋겠지요?

[예쁜 말 바른 말] [127] '볼썽사납다'와 '시답잖다'
/그림=정서용
먼저 '볼썽사납다'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이 보기에 역겹다' '보기에 언짢을 만큼 체면이나 모양새가 없다'라는 뜻이 있어요. '볼썽'은 흔히 '없다' '아니다'와 함께 부정적인 뜻으로 쓰여 '남에게 보이는 체면이나 태도'를 이르는 말이에요. '볼썽'은 '보다'의 어간인 '보-'의 활용형 '볼-'에 한자 '상(相)'이 합쳐진 '볼상'이 변하여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나 현대국어에서는 '볼상사납다'를 버리고 '볼썽사납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비슷한 형태 여럿이 아무 의미 차이 없이 함께 쓰일 때 그중 널리 쓰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한다'는 표준어 규정 제17항에 따른 것이랍니다.

'시답잖다'는 '볼품이 없어 만족스럽지 못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는 나의 제안을 시답잖게 여기는 듯했다' '지금까지의 의견들은 모두 시답잖다'와 같이 써요. '시답잖다'는 '실답지 않다'에서 'ㄹ'이 탈락한 말이에요. 여기에서 '실(實)답다'는 '참되다' '정성스럽다' 등의 뜻을 지닌 글자 '실'에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답-'이 결합한 것으로, '꾸밈이나 거짓이 없이 참되고 미더운 데가 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시〉

―패자가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더욱 볼썽사납다.

―온갖 험담을 하며 싸우는 그들의 모습이 볼썽사나웠다.

―국내 내로라하는 두 대기업이 비교 시연을 통해 상대 측 TV 기술을 경쟁적으로 깎아내리면서 볼썽사납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내가 만든 김치찌개를 맛보시고 엄마는 시답잖은 표정을 지으셨다.

―윌 라이트와 같은 세계 3대 게임 업계 거장들은 별 시답잖은 장난감을 만드는 것 같지만 넓은 범위의 놀이 산업으로 연결 짓고 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