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티파니만의 색… 보는 순간 심장박동 수 22% 증가한대요

입력 : 2020.02.12 03:00 | 수정 : 2020.02.13 14:38

티파니 블루

지난해 말 명품 업계에서 큰 뉴스가 터졌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인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의 보석업체 티파니앤드컴퍼니(Tiffany & Co.)를 162억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겁니다. LVMH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이기도 하지만, 티파니는 유럽계 회사가 장악한 세계 명품 보석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라 관심이 쏠렸습니다.

티파니를 상징하는' 티파니 블루' 색상의 포장 상자들.
티파니를 상징하는' 티파니 블루' 색상의 포장 상자들. /티파니앤코
1837년 설립된 티파니는 소품을 파는 잡화상으로 시작했어요.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을 겪은 파리 상류층이 처분한 보석을 사들이고 1851년 은세공업체를 인수하면서 티파니는 본격적으로 귀금속 분야로 나서게 됩니다. 당시 미국 부호들은 유럽에서 사치품을 수입했는데, 티파니가 다량의 보석을 구입하고 다시 디자인해 판매하면서 보석상으로서 명성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1940년 뉴욕 5번가에 개설한 매장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매일 아침 위안을 얻는 꿈과 낭만의 장소로 묘사되면서 티파니는 전설적인 보석 브랜드가 되었어요.

고품질의 원석, 세련된 디자인 외에도 당시 티파니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색깔입니다. 사람들이 티파니 하면 자연스럽게 티파니 고유의 색, '티파니 블루'를 떠올리지요. 옅고 맑은 푸른색에 약간의 녹색 기운이 감돌아 청자를 연상시키는 색입니다.

티파니 블루는 1845년 시작됐어요. 상품을 살펴보고 주문할 수 있는 카탈로그의 표지를 이 특유의 푸른색으로 제작했거든요. '티파니 블루 북'이라 불린 이 카탈로그는 1면부터 전부 컬러면으로 제작돼 미국 전역에 무료로 뿌려졌습니다. 이후 쇼핑백과 상자, 액세서리에도 이 색을 사용하면서 티파니를 상징하는 색으로 거듭납니다. 티파니 블루 상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의 심장박동 수가 2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마법의 색' 아닐까요.

그런데 티파니는 왜 푸른색을 선택했을까요. 19세기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에서는 결혼식이 열리면 신부 측에서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인기 선물이 있었어요. 바로 비둘기 모양으로 세공한 터키석 브로치였는데요. 이 브로치의 청명한 푸른색은 '나를 잊지 말아요 푸른색(forget-me-not blue)'으로 불렸습니다. 여기서 착안해서 티파니를 각인시키는 색으로 발탁한 것이죠.

하지만 티파니 블루는 사실 법적으로 보호되기란 쉽지 않았어요. 한 기업이 특정 색깔을 독차지해 상업적으로 쓴 전례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색의 중요성과 그 영향력이 점점 높아지자 미국 대법원은 1995년 판례를 통해 색채도 상표의 일부로 등록할 길을 열어주었어요. 티파니는 2000년 티파니 블루를 상표 등록해 이 색상이 탄생한 지 150여년 만에 티파니의 고유 자산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