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거북 중 가장 크고 오래 살아… 갈라파고스에 15종 살지만 멸종위기

입력 : 2020.02.07 03:05

갈라파고스 땅거북

백 살 넘은 갈라파고스 에스파뇰라땅거북 '디에고'가 자손 번식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고향에서 남은 삶을 마칠 예정이라는 소식이 최근 알려졌어요.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남단 에스파뇰라섬에 살던 디에고는 80여 년 전 고향을 떠나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옮겨졌죠. 그러다 1976년 에콰도르의 요청으로 번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당시 갈라파고스 제도에 있던 디에고의 종족은 수컷 2마리, 암컷 12마리가 전부였거든요. 에콰도르는 에스파뇰라땅거북의 멸종을 막기 위해 디에고와 이 14마리를 갈라파고스 국립공원의 번식센터에 모아 번식에 나섰죠.

수컷인 디에고는 여러 암컷들과 40여년간 무려 800여 마리에 달하는 자손을 만들어냈어요. 다른 거북이들 노력도 더해져 현재 에스파뇰라땅거북은 2000여 마리로 늘었습니다. 디에고는 오는 3월 고향인 에스파뇰라섬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낼 예정입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서식지 환경에 따라 등딱지 모양이 나뉩니다. 목을 길게 뺄 수 있는 안장형(왼쪽)은 건조한 저지대에 살며 높은 나무의 잎과 열매를 먹습니다. 오른쪽은 돔형으로, 먹이가 풍부한 습한 고지대에 살기 때문에 목을 길게 뺄 필요가 없습니다.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서식지 환경에 따라 등딱지 모양이 나뉩니다. 목을 길게 뺄 수 있는 안장형(왼쪽)은 건조한 저지대에 살며 높은 나무의 잎과 열매를 먹습니다. 오른쪽은 돔형으로, 먹이가 풍부한 습한 고지대에 살기 때문에 목을 길게 뺄 필요가 없습니다. /위키피디아
갈라파고스의 땅거북은 지구상에 사는 거북종 중 몸집이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큰 개체는 등딱지가 1.35m, 체중이 400㎏에 달하며, 170년 이상을 산 개체도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는 15종의 땅거북류가 있는데, 이는 유전적 차이와 등딱지 형태에 의해 분류한 것입니다. 등딱지 모양은 안장형, 돔형, 중간형이 있습니다. 안장형은 앞쪽의 가장자리가 위로 향한 아치형이고, 돔형은 중간 부분이 둥글고 위로 볼록한 형태입니다. 중간형은 이 두 가지의 중간 형태입니다. 등딱지 모양은 서식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건조한 저지대에서 사는 안장형은 목을 높이 뻗을 수 있어 높은 나무의 잎이나 과실과 같은 먹이를 먹을 수 있어요. 반면에 습한 고지대에서 사는 돔형은 목을 높이 뻗기 어려운데, 이는 먹이가 풍부해 목을 뻗지 않아도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땅거북은 외부에서 얻은 열로 체온을 조절하는 냉혈동물입니다. 그래서 해가 뜨면 2시간 정도 등딱지에 태양열을 흡수합니다. 먹이는 하루에 8~9시간 정도 먹어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휴식하거나 먹이를 찾아서 시간당 0.3㎞ 속도로 이동합니다.

땅거북류의 청각은 둔감해서 시각과 후각으로 먹이나 배우자를 찾아요. 짝짓기는 주로 2~6월에 이뤄집니다. 이 시기에는 수컷끼리 서로 마주 보고 목과 다리를 위로 뻗고 입을 벌려 경쟁합니다. 암컷은 7~11월 산란하기 위해 건조한 모래 해안으로 수백~수천m를 이동해요. 산란 장소에 도착하면, 뒷다리를 사용하여 수직으로 30㎝ 정도를 파고 알을 낳아요. 알은 당구공 크기의 구형으로 한 번에 5~16개를 낳아요.

땅거북류는 과거엔 자연적 포식자가 없었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육류와 기름을 노린 해적과 포경업자들에 의해 수십만 마리가 희생됐어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대부분의 갈라파고스 땅거북류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