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6] '절체절명'과 '환골탈태'

입력 : 2020.02.06 03:03

* 최근 상영 중인 영화에 관한 기사 일부입니다.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결국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한민족 남과 북,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새해가 되면 기업이나 경제 주체들이 환골탈퇴와 혁신 같은 거창한 구호를 내걸기도 한다.

밑줄 친 '절대절명'과 '환골탈퇴'가 자연스럽게 읽히나요?. 하지만 두 사자성어 모두 '절체절명'과 '환골탈태'를 잘못 쓴 것입니다.

절체절명(絶體絶命)은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몸(體)도 목숨(命)도 끊길(絶) 지경' 즉 '몸도 목숨도 다 되었다는 뜻으로, 어찌할 수 없이 다급하고 절박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절체절명 위기' '체제 유지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그들 눈앞에 놓여 있다'와 같이 씁니다. 흔히 '절대절명(絶對絶命)'으로 잘못 표현하는 것은 '절체절명'에서 느껴지는 급박한 어감에서 '비교되거나 맞설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의 '절대(絶對)'를 연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환골탈태(換骨奪胎)는 '뼈대(骨)를 바꾸어 끼고 태(胎)를 바꾸어 쓴다'는 뜻입니다. 중국 남송의 승려 혜홍이 지은 '냉재야화'란 책에 나오는 말로, 선인(先人)의 시문(詩文) 형식을 바꾸어서 그 짜임새와 수법이 먼저 것보다 잘되게 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낡은 제도나 관습 따위를 고쳐 모습이나 상태가 새롭게 바뀐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지요. 또 '사람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하여 전혀 딴사람처럼 됨'이라는 뜻도 있어요. 흔히 '환골탈퇴'로 잘못 표현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아마도 탈퇴(脫退)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는 익숙한 말인 데 비해 '탈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시〉

―최근 관련 학회 간담회에서 게임 업계가 절체절명의 시기에 놓였다는 발표가 나왔다.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대한민국이 안팎으로 변화와 쇄신을 더욱 강화할 절체절명 순간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 공영방송이 정부에서 독립하고 재정을 개혁해 환골탈태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 떨어진 누나에게 할아버지께서 "환골탈태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면 내년엔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라고 격려하셨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