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콩 뿌리 '헤모글로빈'의 철분으로 고기맛 재현했어요
입력 : 2020.01.31 03:00
콩 뿌리와 대체육(代替肉)
달궈진 그릴에 붉은 덩어리를 올리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바닥면이 갈빛으로 변하고, 어떤 부분은 검어지며 타는 듯한 냄새를 풍기지요. 뒤집개로 누르면 사이사이 육즙이 흘러나옵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굽는 모습이 아닙니다. 식물로 만든 가짜 고기, '대체육'을 굽는 모습입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아이템은 바로 대체육이었습니다. 기후변화 이슈가 대두되면서 가축을 사육할 때 생기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육이란 최신 기술이 가전전시회에서까지 주목받은 셈이지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아이템은 바로 대체육이었습니다. 기후변화 이슈가 대두되면서 가축을 사육할 때 생기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육이란 최신 기술이 가전전시회에서까지 주목받은 셈이지요.
- ▲ 콩 뿌리에서 추출한 유기철분 '헴(Heme)'을 이용해 만든 대체육. 고기의 맛과 식감은 물론 특유의 육즙까지 구현할 수 있습니다. /임파서블푸즈
사람들은 콩 뿌리에서 추출한 '헴(He-me)'이라는 성분에서 대안을 찾았습니다. 콩과 식물의 뿌리에는 둥근 혹이 나 있는데요, 이 속에는 콩과 식물과 공생하는 세균인 '뿌리혹박테리아'가 살고 있습니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식물에 공기 중의 질소를 공급해주고 대신 탄소 등 영양분을 받습니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 덕분에 척박한 환경에도 질소를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어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식물 체내에 공급할 때는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뿌리혹헤모글로빈'이 합성됩니다. 뿌리혹헤모글로빈은 동물의 혈액 속에서 산소를 나르는 헤모글로빈과 비슷한 물질입니다. 사람의 혈액과 근육이 붉은 것처럼 뿌리혹을 잘라보면 피가 흐르는 듯한 붉은색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뿌리혹헤모글로빈 속 유기철분인 헴 때문입니다. 이 헴이 고기의 핏속 성분과 유사해 고기의 맛과 향은 물론 육즙까지 구현할 수 있습니다.
CES에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대체육 제조기업 '임파서블푸즈'는 헴을 만드는 유전자를 콩 뿌리에서 추출한 뒤 맥주 효모에 주입해 헴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미국과 홍콩 등에 식물 대체육이 레스토랑 곳곳에 들어왔다고 해요. 곧 지구의 부담을 덜면서도 동물의 혈액과 근육을 그대로 닮아 정말 고기 같은, 채식 고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