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달걀처럼 부서진 마음을 어쩌죠?' 물리학 책인가 했더니 성장소설

입력 : 2020.01.31 03:00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태 켈러 글|강나은 옮김|돌베개|319쪽|1만4000원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장르가 모호한 청소년 소설이에요. 과학책 같기도 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소설 같기도 하죠. 또 어느 부분에선 엄마의 비밀을 찾아내는 추리소설 같기도 합니다. 마치 '무엇을 상상하든 나는 그것과 다른 이야기를 할 거야!'라고 작가가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진답니다.

주인공 내털리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어느 날 식물학자였던 엄마는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집니다. 내털리는 엄마가 예전처럼 다시 웃게 하고 싶어요. 그래서 엄마가 연구하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려고 하죠. 식물학자인 엄마는 '코발트블루 난초'라는 식물에 애정을 가지고 오랫동안 연구했었는데, 분명히 여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내털리는 추리해요. 내털리는 '코발트블루 난초'의 원산지로 알려진 뉴멕시코에 직접 가서 이 식물을 가져와야겠다고 결심해요.

물론 중학생에게 그만한 여행 경비가 있을 리가 없죠. 그런데 때마침, 과학 선생님이 상금이 걸린 달걀 떨어뜨리기 대회 출전을 권해요. 내털리는 친구들과 함께 높은 곳에서 달걀을 떨어뜨려 깨지지 않는 과학적 방법을 연구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소설은 전형적인 청소년 과학책으로 보이죠.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때부터 '깨지기 쉬운 것들의 과학'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엄마에 관한 아주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거든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내털리는 말합니다. "깨어지는 것을 언제나 지킬 수는 없다. 마음도 달걀도 부서지고 모든 것은 변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계속 나아간다. 왜냐하면 과학이란 질문을 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지만, 결국 사람의 올바른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넘어지지 않는 것보다 넘어져도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말이죠.


김성신 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