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조카 내쫓고 즉위한 '영국판 세조'… 악인 폭주에 객석 열광
입력 : 2020.01.31 03:00
[셰익스피어 희곡 '리처드 3세']
어린 조카 두명을 탑에 가둬 죽이고 왕위 꿰찬 15세기 인물, 리처드 3세
100년 뒤 셰익스피어 작품서 부활… 등 굽고 극악무도한 인물로 묘사
중세에서 르네상스 넘어가는 시기 선한 인물에 질린 관객들 희열 느껴
공연 작품 속에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영웅이 있는가 하면, 전형적인 악인도 등장합니다. 이들은 주로 주인공을 속이거나 괴롭혀 좀처럼 행복해지기 어렵게 만들죠. 하지만 악인의 존재 덕에 줄거리는 풍부해지고,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가 더욱 빛납니다. 또 개성 넘치고 복잡한 심리를 지닌 악인은 그 자체로도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공연 작품에서는 유독 사랑받는 악인 캐릭터가 많아요. 다음 달 1~2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음악극 '리차드 3세-미친왕 이야기'는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초기 작품 '리처드 3세'(1592)를 음악극으로 풀어낸 작품이에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인 리처드 3세(1452~1485)는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악인 중 가장 극악무도한 인물로 꼽힙니다. 리처드 3세는 어떤 왕이었고, 무대 위에선 어떤 모습일까요?
◇무대 위 극악무도한 폭군, 역사 기록에선 의견 분분
1483년, 리처드 3세의 형이었던 에드워드 4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고작 열두 살 된 그의 어린 아들 에드워드 5세가 왕위에 오르죠. 리처드 3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에드워드 5세와 그의 동생을 런던 탑에 가둬 죽게 한 뒤 왕위에 오릅니다. 하지만 고작 2년간의 짧은 통치 후에 보즈워스 전투에서 훗날 튜더 왕조의 시조가 되는 헨리 7세에게 패배해 세상을 떠나죠.
그래서 공연 작품에서는 유독 사랑받는 악인 캐릭터가 많아요. 다음 달 1~2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음악극 '리차드 3세-미친왕 이야기'는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초기 작품 '리처드 3세'(1592)를 음악극으로 풀어낸 작품이에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인 리처드 3세(1452~1485)는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악인 중 가장 극악무도한 인물로 꼽힙니다. 리처드 3세는 어떤 왕이었고, 무대 위에선 어떤 모습일까요?
◇무대 위 극악무도한 폭군, 역사 기록에선 의견 분분
1483년, 리처드 3세의 형이었던 에드워드 4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고작 열두 살 된 그의 어린 아들 에드워드 5세가 왕위에 오르죠. 리처드 3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에드워드 5세와 그의 동생을 런던 탑에 가둬 죽게 한 뒤 왕위에 오릅니다. 하지만 고작 2년간의 짧은 통치 후에 보즈워스 전투에서 훗날 튜더 왕조의 시조가 되는 헨리 7세에게 패배해 세상을 떠나죠.
- ▲ 지난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연극 '꼽추, 리차드 3세'(연출 한태숙)에서 열연 중인 배우 안석환. 뒤틀린 몸과 권력에 대한 일그러진 욕망을 지닌 영국의 왕 리처드 3세는 폭넓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 배우들이 무척 탐내는 역할입니다. /조선일보 DB
하지만 실제 역사 속에서 리처드 3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셰익스피어는 역사가 토머스 모어(1478~1535)가 쓴 '리처드 3세 전기' 등을 참고해 작품을 썼습니다. 토머스 모어는 리처드 3세를 악독한 폭군으로 묘사했죠. 하지만 토머스 모어 이전의 역사 기록물에는 리처드 3세가 용맹함과 지략을 갖춘 인물이었으며, 외관상 신체적 장애도 그리 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그의 몰락도 폭정의 결과이기보다는, 중앙 집권화를 꾀하다 봉건 귀족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비롯됐다고 보기도 합니다. 요크 왕조를 물리치고 시작된 튜더 왕조의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 활동한 만큼, 셰익스피어도 리처드 3세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기 어려웠겠죠.
◇악역 캐릭터지만 배우들이 탐내는 역할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는 초연 당시 높은 인기를 누리며 '헨리 6세'와 더불어 그의 출세작이 됐습니다. 리처드 3세가 세상에 나온 시기는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태였어요. 중세의 종교적 세계관은 선한 인물들을 통해 경직된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관객들은 보다 새로운 것을 원했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으며, 마치 악의 대리인처럼 묘사되는 리처드 3세는 사람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죠.
오늘날에도 리처드 3세는 연극은 물론 드라마, 영화로 변주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로렌스 올리비에·이언 매캘런·베네딕트 컴버배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리처드 3세를 맡았고, 우리나라에서도 배우 안석환·황정민 등이 연극 무대에서 리처드 3세를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내면의 상처와 광기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라 많은 배우가 탐내는 역할이지요.
[8년 전 발견된 리처드 3세 유해 분석해보니 실제로 척추측만증]
리처드 3세의 유해는 지난 2012년 영국 잉글랜드 중부 도시 레스터의 시의회 주차장 지하 옛 교회터에서 520여년 만에 발굴됐습니다. 그는 당초 레스터에 있던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1530년 무렵 수도원이 파괴돼 무덤의 행방을 알 수 없던 터였어요.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은 수개월에 걸친 DNA 조사 결과 이것이 리처드 3세의 유골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리처드 왕의 누이였던 앤의 직계 후손에게서 DNA 표본을 얻어 유골의 DNA와 비교했죠. 이후 탄소연대측정과 환경분석과 같은 일련의 실험도 거쳤습니다.
고고학자들은 유골을 토대로 리처드 3세가 매우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고 보았습니다. 머리 쪽에 단검류로 강한 충격을 받은 흔적이 있고, 척추에선 화살촉이 발견됐죠. 또 유골에서 척추측만증이 확인돼 '꼽추왕'으로 알려진 부분과도 일치했습니다.
리처드 3세의 유골은 이후 2015년 영국 레스터 성당에 안치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