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5] '비껴가다'와 '비켜 가다'

입력 : 2020.01.30 03:03

* 상대 팀 공격수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겨가면서, 비껴가면서, 비켜 가면서) 실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토론자는 청중들의 질문마다 핵심을 교묘하게 (빗겨가는, 비껴가는, 비켜 가는) 대답으로 비난을 받았다.

위 두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지 골라 보세요. 정답을 고르기 쉽지 않지요? 정답은 차례대로 '비껴가면서''비켜 가는'입니다. '빗겨가다'는 '비껴가다'의 잘못된 표현이에요. 즉 '빗겨가다'라고 잘못 쓴 대부분의 말은 '비껴가다' 또는 '비켜 가다'를 잘못 쓴 경우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면 '비껴가다'와 '비켜 가다'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까요? '비껴가다'는 첫째, '(무엇이 사람이나 사물을) 비스듬히 스쳐 지나가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각도는 좋았으나 공은 골대를 살짝 비껴갔다'라고 써요. 둘째, '어떤 감정, 표정, 모습 따위가 얼굴에 잠깐 스쳐 지나가다'라는 뜻이 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다음으로 '비켜 가다'는 '비키다'의 활용형인 '비키어'에 보조동사 '가다'가 결합한 형태예요. '비키다'는 첫째, '무엇을 피해 있던 곳에서 한쪽으로 자리를 조금 옮기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자동차 소리에 깜짝 놀라 옆으로 비켰다'와 같이 써요. 둘째, '방해가 되는 것을 한쪽으로 조금 옮겨 놓다'라는 뜻이 있어요. 셋째, '무엇을 피하여 방향을 조금 바꾸다'라는 뜻이 있어요. 넷째,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있던 자리를 피하여 다른 곳으로 옮기다'라는 뜻이 있어요.

위 설명에도 긴가민가하다고요? 그렇다면 문장의 주체가 의도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일 때에는 '비켜 가다'를 쓰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비껴가다'를 쓴다고 알아두세요. '물이 괴어 있는 곳이 있어 비켜 갔다' '운 좋게 태풍이 우리나라를 비껴갔다'와 같이요.

〈예시〉

―공이 골대를 살짝 비껴가자 관중들은 아쉬움에 탄성을 질렀다.

―그의 얼굴에서는 순간 회한의 표정이 비껴갔다.

―출근길 지하철이 너무 붐벼서 나는 사람들을 간신히 비켜 갔다.

―카레이서가 장애물을 이리저리 비켜 가며 운전하는 모습이 마치 곡예사처럼 보였다.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보도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를 언론인 누구도 비켜 가서는 안 된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