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고립된 호주대륙…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포유류 244종
입력 : 2020.01.23 03:00
[지리적 격리]
수천만년 전 다른 대륙에서 분리돼 고립된 환경에서 독자적으로 진화
협곡·산맥 생겨 지리적 분리되기도
7000만년 전 그랜드캐니언 생기자 협곡 남·북쪽으로 서식지 분리돼
같은 다람쥐종이 두개 종으로 분화
호주에서는 작년 9월부터 무려 다섯 달이나 큰불이 계속되고 있어요. 초대형 산불로 우리나라 절반 가까운 면적이 불타버렸고, 이곳에 살던 수많은 생물이 큰 피해를 겪고 있지요. 더 이상 이곳에 살 수 없어 다른 지역으로 터전을 옮기는 생물도 많습니다. 이 같은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대륙 분리가 만들어 낸 호주 고유종
넓은 면적을 가로질러 발생하는 대형 화재, 대륙 이동으로 분리되는 섬, 평지에서 솟아난 산맥, 갑자기 일어나는 대형 홍수나 산사태…. 이 같은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공통적인 결과는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관점에서 답을 생각해보면, 생물들 간의 '지리적 격리'를 떠올릴 수 있어요. 지리적 격리란 한 종의 생물이 지리적인 장벽에 의해 서로 분리되는 것을 뜻합니다. 각자의 공간으로 분리된 생물들은 저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게 되지요. 그런데 여러 세대를 거치고 나면, 처음 분리될 당시의 조상과 다른 여러 생물학적 특징을 갖게 됩니다. 진화를 거듭하면 둘 이상의 종으로 분화되기도 하지요.
◇대륙 분리가 만들어 낸 호주 고유종
넓은 면적을 가로질러 발생하는 대형 화재, 대륙 이동으로 분리되는 섬, 평지에서 솟아난 산맥, 갑자기 일어나는 대형 홍수나 산사태…. 이 같은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공통적인 결과는 무엇일까요? 생물학적 관점에서 답을 생각해보면, 생물들 간의 '지리적 격리'를 떠올릴 수 있어요. 지리적 격리란 한 종의 생물이 지리적인 장벽에 의해 서로 분리되는 것을 뜻합니다. 각자의 공간으로 분리된 생물들은 저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게 되지요. 그런데 여러 세대를 거치고 나면, 처음 분리될 당시의 조상과 다른 여러 생물학적 특징을 갖게 됩니다. 진화를 거듭하면 둘 이상의 종으로 분화되기도 하지요.
- ▲ /그래픽=안병현
◇협곡 등 새로운 지형도 지리적 격리 원인
지형 변화도 생물들을 서로 갈라놓는 주요 원인입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북서부 지역에는 약 7000만 년 전 시작된 융기 현상에 의해 거대한 고원지대가 생겨났고, 이곳을 동서로 흐르던 콜로라도강이 침식을 일으켜서 협곡 그랜드캐니언이 생겨났어요. 이곳에 살던 생물들도 협곡으로 남북이 분리되면서 지리적 격리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협곡의 남쪽에 사는 흰꼬리영양다람쥐와 북쪽에 사는 해리스영양다람쥐는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고, 서로 교배도 할 수 없는 별개의 종이지만 원래 조상은 같아요.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생물이 이동해서 지리적 격리가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여러 섬으로 이뤄진 지역은 새들이 대륙과 섬을 오가며 정착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종으로 분화되기도 합니다. 2011년 미국과 영국의 연구팀은 하와이 군도에 사는 10종 이상의 벌새들이 아시아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유라시아 로즈핀치에서 분화된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서식지에 따라 같은 종 유전자 15%나 차이
지난해에 국내 연구팀이 지리적 격리에 따라 생물이 어떤 유전적 변화를 겪는지 연구한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서울대 이준호 교수 연구팀은 영국과 하와이에서 각각 채집한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흙 속에 사는 선충(지렁이 모양 동물)으로, 크기는 약 1㎜이고 몸 구조가 단순해 생물학 연구에 널리 이용되고 있어요. 비교 결과 같은 종이지만 전체의 15%에 해당하는 약 3000개의 유전자에 차이가 있는 게 밝혀졌어요. 이런 유전적 차이가 오래 누적되면, 새로운 종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자연 변화는 생태계를 파괴하기도 하고, '지리적 격리' 상태를 만들어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최근엔 인간 활동에 따른 자연 변화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죠. 이런 일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범위를 뛰어넘습니다. 현재의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백두산·압록강·두만강이 장벽 역할… 한반도서만 사는 고유종은 2289종]
우리나라 역시 '지리적 격리'로 인해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종이 있습니다. 지난해 발간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한반도에 자생하는 생물은 5만827종이며 이 중 다른 지역에서는 살지 않고 오직 한반도에만 살고 있는 고유종은 2289종(4.5%)입니다. 한반도는 생태학적으로 백두산 고산 지대와 한반도 북서쪽의 압록강, 북동쪽의 두만강이 지리적 격리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중국, 러시아와 환경이 분리되면서 한반도 환경에만 적합한 생물들이 자라게 된 것이지요.
특정 국가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은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국가생물자원입니다. 하지만 고유종은 분포 범위가 작아 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외래종과 경쟁에서 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해 여러 국가에서 고유종을 '위기종' 범주에 두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역시 산하에 종보전위원회를 두고 지속적으로 고유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고유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국가 단위에서 생물자원이 사라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멸종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