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그림자 팔아 부자 됐지만, 그림자가 없어 불행했던 남자
입력 : 2020.01.22 03:00
그림자를 판 사나이
벗이여, 만약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라면 부디 무엇보다도 그림자를 중시하고, 그다음에 돈을 중시하라고 가르쳐 주게나.
프랑스 출신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1781~1838)가 1814년 출간한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미리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에요. 가난한 청년 슐레밀은 어느 날 회색 옷을 입은 기이한 남자로부터 그림자를 팔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고민도 잠시, 궁핍했던 슐레밀은 금화가 끝없이 나오는 행운의 자루와 그림자를 맞바꾸죠. 거래가 성사된 순간, 슐레밀은 남자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그림자를 풀밭에서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집어넣는 것을 보며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프랑스 출신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1781~1838)가 1814년 출간한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미리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에요. 가난한 청년 슐레밀은 어느 날 회색 옷을 입은 기이한 남자로부터 그림자를 팔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고민도 잠시, 궁핍했던 슐레밀은 금화가 끝없이 나오는 행운의 자루와 그림자를 맞바꾸죠. 거래가 성사된 순간, 슐레밀은 남자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신의 그림자를 풀밭에서 거둬들여 둘둘 말아 접어 집어넣는 것을 보며 정신을 잃어버립니다.
- ▲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서 기이한 남자가 주인공 슐레밀의 그림자를 가져가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초상화입니다. /부북스·위키피디아
더 이상 그 어떤 목적도, 소망도, 희망도 없던 슐레밀 앞에 또 한 번 기이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남자는 슐레밀에게 잠깐 그림자를 돌려주고는 솔깃한 제안 하나를 덧붙여요. 그림자를 돌려줄 테니 이번엔 그의 영혼을 달라는 것이었죠. 슐레밀은 어떻게 했을까요? 그는 "자, 그만 합시다. 우리 이제 헤어집시다"라고 말하고 돌아섭니다. 그런 슐레밀에게 기이한 남자는 언제든 자신을 다시 부르고 싶거든 행운의 자루를 흔들기만 하면 된다고 알려줘요. 금화가 얼마나 큰 위력이 있는지 아는 슐레밀을 다시 꾀기 위한 말인 셈이죠. 하지만 슐레밀은 아예 자루를 깊은 물 속으로 내던지면서 단호하게 돌아섭니다.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오늘날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어요. 프랑스 혁명기에 집안의 재산을 몰수당하자 독일로 망명한 샤미소는 이후 독일과 프랑스 양쪽에서 '주변인'으로 살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들은 작품 속 그림자가 없는 슐레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샤미소가 주변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비판하려던 것이라고 말해요. 그런가 하면 일찍이 돈이 세상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림자로 대표되는 인간,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키고 가꿀까 하는 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