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슬픔을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힘들 때는 실컷 울어도 괜찮아"

입력 : 2020.01.17 03:07
눈물바다

눈물바다

서현 글·그림|사계절|48쪽|1만500원

그림책 '눈물바다'는 2009년에 나왔어요. 10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요. 어떤 책이기에 그럴까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 주인공은 슬프고 화가 나서 엄청나게 울어요. 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책이랍니다.

주인공은 아침부터 시험을 망쳤는데, 하필 그날따라 급식은 맛이 없는 반찬만 나왔어요. 수업 시간엔 자기 잘못도 아닌데 선생님께 혼나고 맙니다. 우울한 일은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요. 그런데 주인공 혼자만 우산이 없네요. 비를 맞고 터덜터덜 집에 도착했는데, 이번엔 집 안에서 큰 소리가 들립니다. 엄마와 아빠가 부부싸움을 하고 있는 겁니다. 엄마는 화가 잔뜩 나서 저녁밥을 남긴 주인공에게 화풀이를 하죠.

눈물바다 책 속 일러스트
/사계절

세상에 이런 날이 또 있을까요? 잠자리에 누웠는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주인공은 울면서 잠이 들어요. 이제 아침이 왔어요. 그런데 주인공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주인공이 밤새 흘린 눈물이 출렁이는 바다가 되어 있네요. 모두가 그 눈물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바다에서 신나게 놉니다. 물에 빠진 사람들을 건져주기도 하고 말려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흘린 눈물 때문에 바다에 빠진 거잖아요? 주인공은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눈물이 바다가 되도록 울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합니다.

그림책 '눈물바다'는 이렇게 아이가 스스로 슬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아이들은 자라면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죠.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아픈 것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눈물바다'는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날 목 놓아 울어버리고 싶은 심정을 유쾌하게 풀어냈죠. 아이들의 하루를 위로해 주고, 눈물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려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