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고기 썩는 냄새나는 '시체꽃'… 지름 1m, 무게 10㎏ 달하죠

입력 : 2020.01.17 03:05

라플레시아

큰 꽃은 마냥 아름다울까요? 지난 2일 인도네시아 북부 수마트라섬 서쪽 팔렘바얀 마닌자우 자연보호지역에서 지름이 1.11m에 달하는 라플레시아(rafflesia) 꽃이 피었어요. 지금까지 확인된 라플레시아 중 가장 큰 크기입니다. 이전 기록은 2017년 역시 이곳에서 발견됐던 지름 1.07m의 라플레시아 꽃이었죠.

라플레시아는 깊은 숲, 컴컴하고 축축한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에서 볼 수 있어요. 별명은 '괴물 꽃'입니다. 꽃이 괴물이라니 좀 이상하지요. 꽃은 붉은색의 넓적한 가죽질 표면 위에 하얀색 얼룩덜룩 무늬가 붙어 있어 아름답기보다는 괴상합니다. 항아리 모양의 커다란 꽃봉오리는 마치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구멍으로 보여요. 공포감마저 듭니다.
지름이 1.11m에 달하는 대형 꽃 라플레시아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견됐어요.
지름이 1.11m에 달하는 대형 꽃 라플레시아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발견됐어요. /신화 연합뉴스

라플레시아는 '시체 꽃'으로도 불립니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 때문입니다. 라플레시아는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데다 꽃 피는 기간도 5~7일로 아주 짧습니다. 따라서 번식이 쉽지 않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라플레시아는 마치 고기가 썩는 듯한 고약한 냄새를 풍깁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파리나 딱정벌레와 같이 암모니아 향을 좋아하는 곤충을 유인해 꽃가루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지요.

라플레시아는 라플레시아 속(屬) 식물 수십 종을 가리킵니다. 보통 꽃이 활짝 피어나면 지름이 1m, 꽃 무게는 10㎏쯤입니다. 그래서 흔히 라플레시아를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는 '한 송이'를 기준으로 할 때입니다. 꽃은 한 송이로 이뤄진 것들과 작은 여러 꽃이 꽃무리를 이루는 국화 같은 종류가 있어요. 역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발견되는 '타이탄 아룸(titan arum)'은 꽃무리가 3m에 달합니다. 꽃대에 촘촘히 붙어 있는 꽃 한 송이의 크기는 아주 작지만요.

라플레시아는 꽃 생김새도 남달라요. 보통 꽃들은 화려한 색상의 꽃잎을 초록색 꽃받침이 받치는 구조를 가져요. 하지만 붓꽃이나 수선화처럼 꽃잎과 꽃받침이 구분되지 않는 꽃들도 있어요. 이런 꽃은 '화피(花被·꽃덮개)'가 꽃 중심을 둘러싸 암술과 수술을 보호합니다. 라플레시아의 꽃잎으로 보이는 붉은색에 흰 반점이 있는 부분이 바로 이 화피입니다. 라플레시아의 암술과 수술은 두꺼운 막이 오목하게 보호하고 있고, 그 주변에 커다란 화피가 4~5개로 갈라진 모양을 띱니다.

라플레시아는 잎과 줄기가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어요. 라플레시아는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얻다가 '짠' 하고 커다란 꽃을 피웁니다. 그렇게 피운 꽃도 1주일도 안 돼 새까맣게 썩어 버리죠. 우리가 쉽게 라플레시아를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