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3] '으르다'와 '어르다'

입력 : 2020.01.16 03:00
*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압박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달래고 (어르는, 으르는) 미국 정부.

* 울던 아기도 엄마가 (어르면, 으르면) 금방 울음을 그친다.

위 문장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차례대로 '으르는' '어르면'입니다. '으르다'와 '어르다'가 소리가 비슷하다 보니 헷갈리는 사람이 많은데, 이 둘은 뜻이 전혀 다르므로 정확히 구별해 써야 합니다.

[예쁜 말 바른 말] [123] '으르다'와 '어르다'
/그림=정서용
'으르다'는 '상대편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라는 뜻이에요. 예를 들면 '강도가 외진 골목길에서 칼을 들고 으르자, 아주머니는 기절하고 말았다' '떼를 쓰는 동생을 을러도 보고 달래도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와 같이 씁니다.

'말과 행동으로 위협하는 짓'을 이르는 '으름장'은 '으르다'의 명사형인 '으름'과 '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에요. [으름짱]이라고 발음하지요.

'어르다'는 첫째, '몸을 움직여 주거나 또는 무엇을 보여 주거나 들려주어서,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하여 주다'라는 뜻이 있어요. 둘째, '사람이나 짐승을 놀리며 장난하다'라는 뜻이에요. '고양이는 쥐 한 마리를 물어 와서 앞발로 어르고 있었다'와 같이 써요. 셋째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는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어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다'와 같이 써요.

속담 '어르고 등골 뺀다' '어르고 뺨치기'는 그럴듯한 말로 꾀어서 남을 은근히 해롭게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에요.

두 낱말을 함께 쓰는 '으르고 어른다'는 상대를 윽박지르기도 하고 구슬리기도 하는 강온 양면 방법을 씀을 뜻하지요.

'을르다' '얼르다'로 적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비표준어입니다.


〈예시〉

―그가 주먹으로 칠 듯한 몸짓을 하며 을렀으나 나는 옳지 않다며 끝내 거절했다.

―대화가 결렬되자 다수파는 소수파를 을러댔다.

―그를 을러도 보고 얼러도 보았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다.

―장난감 매장 바닥에 누워서 떼를 쓰는 아이는 엄마가 아무리 웃으며 얼러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주를 안고 어르다 손목 건초염에 걸렸다.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어르면서 가르치는 교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