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글자는 빼고, 그림은 더 커져… 지난 49년간 세 번의 변주

입력 : 2020.01.15 03:00

스타벅스 로고

스타벅스 로고
풍성한 머리칼과 꼬리지느러미, 별 모양 머리 장식의 여성 얼굴을 녹색과 흰색의 조합만으로 단순 명료하게 표현한 로고. 세계 곳곳에서 약 3만개 매장을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상징입니다.

스타벅스란 명칭은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의 이름인 '스타벅(Starbuck)'에서 따왔어요. 스타벅스는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 3명이 공동 창업했는데, 스타벅은 소설에서 커피 애호가로 나오거든요.

스타벅스는 처음 세워진 1971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있던 작은 원두 가게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극적인 성장 과정을 겪으며 스타벅스 로고도 진화했습니다.

1971년 스타벅스의 첫 로고〈그림1〉를 보면 잘 볶은 원두가 연상되는 갈색 원 중심에 인어처럼 꼬리지느러미가 달린 여성이 보입니다. 이 여성의 정체는 '세이렌'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이 사는 섬 근처를 지나는 배의 선원을 아름다운 노래로 유혹하고 암초나 얕은 물로 유인해 배를 난파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바다의 요정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상체는 여인, 하체는 새였는데 이후 유럽에서는 여인의 상체와 물고기의 하체를 가진 인어의 형태로 모습이 바뀝니다. 초기 스타벅스 로고 속 세이렌은 16세기 북유럽 목판화 이미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두 갈래로 갈라진 꼬리지느러미가 특징이죠. '세이렌이 뱃사람 홀리듯이 사람들을 홀려서 우리 원두를 사게 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요.

원두 가게로 시작했던 스타벅스는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인수하면서 지금의 프랜차이즈 카페로 변신합니다. 로고에도 큰 변화가 생기죠〈그림2〉. 로고의 색깔이 갈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바뀌었어요. 세이렌은 현대적인 감성으로 형태를 매만졌는데, 풍성한 머리칼로 젖가슴을 가렸습니다. 세이렌 머리에는 별 장식이 추가됐고요.

1992년 로고는 다시 바뀝니다〈그림3〉. 기존 디자인에서 얼굴과 상체를 중심으로 세이렌을 확대했습니다. 연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세이렌의 표정이 두드러져 매혹적인 이미지가 강조됐죠. 배꼽과 비늘로 덮여 있던 하체 대부분은 보이지 않게 바뀌었어요. 스타벅스는 본격적으로 세계로 뻗어나갑니다.

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로고로 인정받던 스타벅스는 2011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다시 변신합니다〈그림4〉. 원형 로고에서 '스타벅스 커피'라는 문구를 빼고 세이렌의 얼굴에 더 초점을 맞췄지요. 이 로고는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상호와 더불어 브랜드의 뿌리인 커피라는 문구가 로고에서 지워지자 '최악의 결정'이라는 비난도 나왔어요. 그러나 2011년 117억달러(약 13조5000억원)였던 스타벅스 매출은 현재 265억달러로 배 이상 뛰었습니다. 내년은 스타벅스 창립 50주년이죠. 로고의 운명이 궁금해집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