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멍멍이'는 명사, '안기다'는 동사… 말 속엔 문법 기초가 숨어있단다
아빠, 받아쓰기가 왜 어렵지?
노정임 글|조승연 그림|현암사|48쪽|1만2000원
처음 받아쓰기 시험을 보았을 때가 기억나나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쉽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당시 기억은 까마득할 거예요. 우리가 처음 말을 배울 때의 기억이 거의 없는 것처럼요. 말과 글은 참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가족, 친구, 이웃 등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따로 배우지 않아도 말을 익힌 것처럼, 아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단어와 문법을 익히기를 권합니다.
주인공 소녀 연우는 어느 날 아빠에게 "내일부터 학교에 안 갈 거야!"라고 외칩니다. 알고 보니 첫 받아쓰기 시험에서 20점을 받은 것이지요. 속상해하는 연우에게 아빠는 "너는 아기 때부터 말을 참 잘했어. 말을 잘하는 네가 글을 못 쓸 리 없지"라고 말합니다. 한술 더 떠 연우가 처음 말을 배우던 때 찍은 영상을 보여줘요. 그 안에는 연우가 아기일 때부터 지금까지 말을 배워온 과정이 담겨 있었죠.
- ▲ /현암사
엄마, 아빠를 흉내 내 되는 대로 내뱉는 말 같지만, 잘 살펴보면 연우가 아홉 가지 품사에 따라 차근차근 말을 배운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시작은 명사예요. 옹알이에 이어 '엄마' '아빠'로 입을 뗀 아기는 물, 사자, 맘마, 멍멍이 같은 이름을 익히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곧 '이거' '저거' 라는 대명사를 배워 질문을 쏟아내게 되죠. 동사를 배우는 과정은 몸의 성장과 함께하는데요, 놀면서 자연스럽게 '구르다' '안다' '뛰다' 등의 단어를 이해하고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돼요.
이처럼 말과 글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에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말이 결국 글의 기초가 되는 문법과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말과 글을 비교해가며 공부하다 보면 받아쓰기가 쉬워질 거라고 아빠는 말해요. 과연 그럴까요? 내가 글을 배웠던 과정을 생각해보세요. 정말 그렇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