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실패 걱정하는 사람보다 발전하려는 사람이 성공해요

입력 : 2020.01.10 03:00

[향상 초점과 예방 초점]
발전 추구하는 사람, 자신감 넘치고 스스로 흥미·호기심 느껴 열심히 해 난관에 봉착해도 더 노력하는 경향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은 자신 과소평가하고 성공률 낮아 불안·복통 등 스트레스 증상도 나와

어떠한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우선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 '실력을 향상시켜야지' 등 현재보다 발전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죠. 반면 '실수하면 어떡하지' '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할 텐데' 하며 실패하지 않는 데 주력하는 이들도 있어요.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 토리 히긴스(Higgins)는 전자의 태도를 '향상 초점(promotion focus)', 후자는 '예방 초점(prevention focus)'으로 분류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이 두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둘 중 높은 성향에 따라 '발전 추구형'과 '실패 회피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 거예요. 둘 중 과연 어떤 태도가 목표 달성에 유리한지 알아볼까요?

실패 회피보다 발전 추구해야

이와 관련, 2008년 영국 켄트대 심리학과 교수인 요아힘 스토버(Stoeber)는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집단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어요. 우선 비슷한 학업 능력을 지닌 영국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발전을 추구하는 성향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향 수준을 측정했습니다. '발전 추구형'은 '나는 최대한 탁월함을 추구한다' '목표가 정해지면 나는 완벽주의자가 된다' 등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실패 회피형'은 '일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심하게 스트레스받는다' '실수하면 매우 화가 난다' 등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경우가 많았죠.

향상 초점과 예방 초점
/그림=박다솜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일곱 가지 종류의 시험지를 나눠주고 이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 풀라고 합니다. 학생들에겐 시험지마다 난도가 다르다고 했지만, 사실은 모두 똑같은 시험지였어요. 그 결과 탁월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높을수록 어려운 수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는 뜻이죠. 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수준을 택했습니다. 즉 발전 추구형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높은 반면, 실패 회피형 학생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낮았던 셈이죠.

학생들은 성향에 따라 평가에 대한 반응도 달랐어요. 발전 추구형 학생들은 '성적이 좋다'는 칭찬을 받으면 두 번째 시험에선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시험지를 골랐어요. 반면 실패 회피형 학생들은 칭찬보단 '성적이 나쁘다'는 평가에 더 민감했어요.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두 번째 시험에선 낮은 수준의 시험지를 골랐죠.

연구자들은 이 같은 성향에 따라 실제 목표 달성 여부가 달라지는지도 실험했습니다. 비슷한 신체 능력을 지닌 독일 대학생 122명을 대상으로 '한 발로 점프해서 농구 골대에 공 넣기'라는 기술을 새로 훈련시킨 뒤, 네 차례 수행평가를 시행합니다. 그 결과 발전 추구형 성향이 높을수록 공을 넣을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커졌어요. 반면 실패 회피형 성향이 높을수록 공을 넣을 가능성은 작아졌죠. 두 연구 결과는 탁월함을 추구하는 태도가 실패를 피하려는 태도에 비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며, 나아가 목표 달성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발전 추구가 정신건강에도 이로워

스토버는 두 성향과 정신건강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했어요. 음악을 전공하는 독일 고등학생 1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발전 추구형 학생들은 어떤 목표에 대해 스스로 흥미나 호기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내재적 동기'가 높게 나타났어요. 또 목표를 이루기 쉽지 않아도 더 많이 노력하는 것으로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도 비교적 낮았죠. 반면 실패 회피형 학생들은 주로 물질적인 보상 등 '외재적 동기'에 따라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죠. 스트레스 수준도 더 높았습니다. 독일 운동선수 204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실패 회피형 성향은 정신적 불안뿐 아니라 복통 등 신체적 증상도 쉽게 나타났어요.

스토버의 연구 결과는 결국 우리가 어떤 목표를 추구할 때 '잘 못하면 어떡하지' 혹은 '결과가 나쁘지 않아야 할 텐데'라는 '마이너스(-) 줄이기' 식 태도로 임하는 것보다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와 같은 '플러스(+) 늘리기' 식 태도로 임할 때 목표 달성 가능성이 커지고,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해요.

새해 계획들 세우셨죠? 혹시 또 작심삼일(作心三日·결심이 사흘을 못 감)이라고 의기소침해 있다면 실망하지 마세요. 하루를 노력했다는 것은 단 하루도 노력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나은 거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계획하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이번 30번째 이야기를 끝으로 '이동귀의 심리학 이야기' 연재를 마치게 되었어요. 그간 관심 가지고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승주 기자